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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Dec 24. 2023

[정산] 12월을 정리해 봅시다

12월에 발매된 신곡 추천

날씨가 너-무, 너무. 너무너무 춥습니다. 손발이 얼어버릴 것 같아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열심히 생을 살아갑니다. 가수들도 이 엄동설한에 신곡들을 발매하네요. 과연 12월엔 어떤 음악들이 발매되었을까요? 


1. JOONIE - No One Can Hunt Me

2019년에 데뷔한 주니의 3번째 EP앨범 'No One Can Hunt Me'입니다. 주니는 싱어송라이터 'O3ohn'과 함께 결성한 그룹 'pigfrog'로도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주니는 11월 정산 때 소개했던 '와일드베리'와 비슷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몽환적인 음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주니의 장르는 Synthwave + shoegaze + Ambient 인 것 같습니다. 보일러룸(소규모 일렉트로닉 파티, 실제로 지하에 있는 보일러룸에서 디제잉 파티를 즐겼다는 데에서 유래되었습니다)에서 틀법한 일렉트로닉. 요새는 워낙 크로스오버가 많이 돼서 장르의 원류를 찾기 힘듭니다만, 이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대개 'Bjork'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주니의 음악 역시 비요크의 향기가 살짝 납니다. 한편으로는 목가적인 느낌도 나죠.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편곡까지 하는 뮤지션인 주니. 사운드도 보컬도 믹싱도 너무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가사가 전부 영어라는 점입니다. 그걸 떠나 개인적으로 주니의 음악은 '매우 좋다'입니다. 좋은 사운드에서 오는 쾌감이 주니의 음악에서도 느껴지거든요.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도 받고, 앨범을 관통하는 바이브 역시 느껴집니다. 




2. 벡현진씨 - 빛23

'벡현진씨'는 보컬 백현진을 필두로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입니다(밴드 이름이 '벡현진씨'입니다. 오타 아닙니다). '엥? 백현진 연기자 아니야?' 하시는 분들 계시죠? 백현진의 뿌리는 의외로 사실 미술입니다. 화가였던 그가 처음 음악계에 발을 딛게 된 것은 1997년 결성된 '어어부밴드'로부터 입니다. 그 후에는 故방준석과 함께 결성한 그룹 '방백'으로도 활동했었죠. 지금은 모범택시의 박양진 혹은 무빙의 진천으로 더 유명합니다.

미술이나 연기를 차치하고(제 분야가 아니라서요), 뮤지션 '백현진'은 음... 뭐랄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노래가 아닌 절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백현진의 라이브 앨범 '찰라의 기초'를 들어보면, 제 말이 이해가 가실 겁니다. 미리 짜놓은 독백을 연주하는 반주에 맞춰 즉흥적으로 부르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그 독백의 내용이 무척이나 괴로워서 절규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번에 소개드리는 [빛23]은 백현진의 노래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규라기보다는 희망? 혹은 말 그대로 빛? 같은 느낌이 들죠. 사실 [빛23]은 2019년 발매된 정규 '가볍고 수많은'에 수록된 타이틀곡, [빛]을 재편곡한 곡입니다. 백현진의 밴드 '벡현진씨'의 스타일로 재편곡된 음악이지요. 

사실 백현진이라는 아티스트를 한 번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게다가 [빛]이라는 노래를), 운이 좋게도 12월에 산타가 선물을 놓고 가듯 싱글을 발매하셨더라고요. 만약 [빛23]이 마음에 드셨다면 [사자 티셔츠]를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자 티셔츠]도 마음에 드셨다면 이제 진짜 백현진을 들어보셔야죠? [어떤 냄새] 추천드립니다.


사실 정규앨범에 수록된 [어떤 냄새]보다는, 찰라의 기초에 수록된 [어떤 냄새]를 들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유튜브엔 없네요.





3. 매미 EP - M3MI

본명 김혜미.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 '매미'를 활동명으로 정했다. 의미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 - 뮤지션 매미의 인터뷰 중.

밴드 '24아워즈'의 기타리스트이자 밴드 '서울문'의 멤버인 매미.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무려 12년동안 음악활동을 해왔네요. 이렇게 K-POP의 다양성을 책임져주는 뮤지션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주다스 프리스트나 예전 스피드 메탈 락커들을 연상시키는 음악들, 트랙이 지날수록 그런지함이 강해집니다. 메탈로 시작했다가 90년대 얼터너티브로 끝나는, 짧은 여정 같은 앨범. 모든 트랙을 본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번 트랙인 [Bassist]의 설명을 보자면,

'나는 밴드 공연이 너무 좋다. 공연을 볼 때 유독 드러머를 자주 보곤 하는데 이유는 그냥 섹시해서다. 근데 잠깐 오늘 공연의 베이시스트도 너무 매력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사심으로 만든 나의 노래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가감 없이,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내는 것. 이게 바로 락의 정신 아닐까요?




4. YEBIN EP - LOST IN HER SHADOW

한국에서 Ambient 나 Glitch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찾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이런 음악을 들으려면 미술관 혹은 설치미술, 행위예술을 보러 가야죠. 그런 곳에서 들리는 음악은 대개 앰비언트 일렉트로닉입니다. 한국에선 듣기 힘들지만 유럽, 특히 독일이나 네덜란드 혹은 북유럽 쪽에 이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꽤 있죠(그렇다고 많은 건 아닙니다). Arovane나 Bersarin Quartett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예빈은 이들과는 좀 다르게 인더스트리얼하고 글리치스러운 느낌이 더 강합니다. 거기에 테크노가 가미되어 있죠. 인더스트리얼이랑 글리치가 뭔데?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죠.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일단, 앰비언트 음악은 흔히 명상음악이라고 부를 정도로 차분하고 템포가 길고 몽환적입니다. 쉽게 말해, 영화에서 신적인 존재를 만날 때 나오는 BGM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인더스트리얼이나 글리치 음악은(물론 두 장르를 하나로 묶을 수는 없지만), 사운드가 좀 더 파괴적입니다. 드럼 사운드 역시 일반적인 드럼의 사운드가 아닌, 공사장이나 공장에서 들리는 노이즈 같은 느낌이 강하죠.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자연의 소리보다 기계의 소리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차소리, 기계소리, 공사하는 소리 등등. 이런 기계들이 내뿜는 절규에 가까운 소리(노이즈)를 음악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이런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런 노이즈스러운 샘플들을 가져와서 곡을 만든다고 해서 다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은 아닙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제는 장르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으니까요(지금은 뮤지션 본인 스스로가 락이라고 생각한다면, 발라드를 해도 락인 세상입니다). 각 장르의 이점을 가져와 섞어 '얼터너티브'라고 하면 '얼터너티브'장르가 됩니다.

예빈은 사운드에 꽤 진심인 듯 보입니다. 파괴적인 사운드들이 정돈되어 있거든요. 두서없게 들리는 진행 역시 변화의 패턴을 가지고 있고, 마구잡이로 내뿜는 사운드들도 잘 짜여진 안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만 작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음악을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저는 참 좋게 듣고 있습니다. 저번에 소개해드렸던 김심야의 음악 역시 이런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테크노 비트이지요. 독자님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 노래 좋으세요?!!??




5. 김아일 싱글앨범 - Heels

독보적인 색깔로 뮤지션들의 뮤지션이 되어가는 김아일. 힙합 좀 안다 싶은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래퍼이지만, 힙합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누구지?' 싶은 래퍼죠. 그도 그럴 것이 김아일은 쇼미더머니나 다른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래퍼이기 때문입니다. 뮤지션이 좋아하는 뮤지션답게 방송 출연 대신 협업은 꽤 많이 했습니다. 현아부터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그리고 정재형까지. 이번 싱글앨범 피처링진에도 낯익은 래퍼들이 보이는데요. 바로 김심야와 저스디스입니다. 

김아일의 음악 역시 흠잡을 곳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한 곡 한 곡 장인의 손길로 만든 듯한 앨범. 힙합 좀 좋아한다는 분들은 이미 들어보셨겠죠? 





6. 실리카겔 정규 2집 - POWER ANDRE 99

실리카겔이 정규 2집을 냈습니다. 개인적으로 [Tik Tak Tok]을 제일 좋아합니다. 락의 가능성, 밴드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는 실리카겔. 솔직히 음악 자체는 제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취향을 떠나 '좋은 음악'이란 느낌을 계속해서 주는 밴드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7. 뉴진스 Remix 앨범 - NJWMX

온 세상이 뉴진스다. 그러니 사족달기는 무의미하다. 가장 좋은 곡을 선정하면 된다.

저는 어텐션을 뽑겠습니다. 유갓미루킹포어텐, 셔어언~~




8. 에이보키드 EP - when we were young

브릿팝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이보키드의 신보 'When we were young'. 초기에는 R&B 성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브릿팝 느낌의 곡들을 발매하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예전과 비교해 보자면... 지금의 색이 에이보키드와 더 잘 어울립니다. 확실히. 시원시원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역시 락이죠. 특히 [Wake me up]이란 곡을 좋아하는데, 에이보키드의 시원한 보컬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인 것 같습니다. EP가 아닌 정규는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요새 발매되는 신보들을 쭉 듣다보면 '내가 외국에 있나?' 싶을 정도로 영어 가사가 많습니다. 꽤 오래전부터요. 영어로 가사를 쓰면 곡이 고급스러워지는 느낌은 들죠(편견이 작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례라 봅니다). 하지만 영어로 가사를 쓰게 된다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불확실해집니다. 청자는 한국인이니까요. 대중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바쁘니까요. 숨겨진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려 골몰하기보다는, 유튜브에서 '결론포함' 영상으로 의미를 '받아들이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뮤지션이라면 분명 곡에 자신의 정체성을 담았을 텐데, 그걸 왜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오묘하게 꼬아놓을까요(물론 외국에서만 활동할 예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전에는 영어 가사건 아니건 음악이 좋다면 '와... 멋있고 새롭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새는 '또 영어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곡 중 한두 곡 혹은 후렴에 영어 정도는 조미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또 영어네...'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앨범 전 곡이 영어일 때입니다(다만, 아이돌 음악의 가사가 영어일 때는 별 신경 안 씁니다. 아이돌은 당연히 상품이니까요. 근데, 뮤지션 분들은 작품을 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 다만 힙합에서는 좀 다른 맥락으로 봐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멜로디보다 플로우와 라임을 더 중요시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듣는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영어를 쓴다'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가사를 위해 국어사전을 3번 정독한 '화나'나 한국어로도 충분히 재밌는 라임을 만드는 '피타입'같은 래퍼도 있습니다. 그들이 영어를 못해서 안 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 이런 소견을 피력하면 철 지난 국수주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전 단지 한국어로 쓰인 가사를 좀 더 많이 듣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사를 영어로 쓴다는 것, 단지 표현의 방식 중 하나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보시나요? 사실 좀 어렵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단지 '언어'만으로 음악을 평가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음악' 자체가 더 중요한 거 아닐까. 수많은 생각 속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이 흐를수록 가사 속 영어와 한국어의 경계는 희미해질 것 같다는 점입니다. 푸념이 길었습니다. 사실 오늘 소개했던 몇몇 뮤지션들의 앨범 속 가사가 전부 영어였거든요. 그래서 푸념 아닌 푸념을 썼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12월의 끝 무렵에 이런 좋은 신보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독자분들의 올해가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라고, 다가올 내년이 활기찼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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