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의 음악들을 추려봤습니다
와우!!!!!!!!!!!!!!!!!!!! 이제 내일이면 2024년이네요. 계묘년은 잘 보내셨습니까? 이제 하루 뒤면 용의 해인 갑진년입니다. 저는 토끼처럼 이리저리 날쌔게 움직였던 한 해였네요. 내년엔 개천에서 난 용이 될 겁니다. 뭔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내년엔 모두들 하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올해 나온 음악들 얼굴 좀 다시 봐볼까요?
올해의 키워드
이제 '걸그룹 전성시대'라는 말은 철 지난 관용어가 돼버렸습니다. 이제는 걸그룹 전국시대, 걸그룹 전국칠웅, 걸그룹 백년전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겠군요. 이번 연도는 전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걸그룹들이 데뷔/활동을 했습니다. 원래도 이렇게 많은 걸그룹들이 활동했었나? 싶을 정도로요.
뉴진스, 갓더비트, 르세라핌, 아이브, 에스파, (여자)아이들, 레드벨벳, 트와이스, 스테이씨, 비비지(여자친구), 마마무+, 엔믹스, 있지, 오마이걸, 드림캐쳐 등등. 우리가 아는 웬만한 걸그룹들은 모두 활동했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 선보인 '베이비몬스터', 제2의 마마무라는 타이틀을 받은 S2 엔터테인먼트의 '키스 오브 라이프', 약간 아쉬운 시작을 보여준 DSP미디어의 걸그룹 '영파씨', 분쟁을 끝마치고 7년 만에 새 출발을 한 이달의 소녀 출신 ‘오드 아이 써클’, 워너 뮤직 코리아로 이적해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舊) 브레이브 걸스 (現) 브브걸’. 그리고, 올해 가요계 가장 큰 이슈였던 '피프티피프티'까지. 올해는 걸그룹이 차트를 단단히 채웠습니다.
걸그룹 출신 솔로 가수들도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요. 전소미, 권은비, 태연, 화사, 최예나, 조유리, 이채연, 지수 등등이 활동했습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출신 아이돌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그룹이 각자의 색이 있어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획일화된 콘셉트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돌의 공식 같은 게 사라진 거죠. 위에 언급한 그룹들의 곡을 들어보면, 각자의 색이 뚜렷합니다. 그렇지 못한 아이돌은 금방 묻히게 되죠.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이, 걸그룹 난세엔 영웅급의 그룹들만 살아남는군요. 마치 삼국지의 군웅할거 챕터를 보는 듯합니다. 독자분들이 생각하시는 조조는 누구고 유비는 누구고 여포는 누구고... 원술은 누구인가요?
'오타쿠'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지금이야 꽤 대중적이고 중립적인 단어가 됐습니다만, 처음 나왔을 땐 일본 문화, 특히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였죠. 서브/마이너 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비하 단어가 꼬리표로 붙어 다녔습니다. 한국 문화(드라마, 음악 등등)도 서양권에서 비슷한 인식이었습니다. 한국 문화, 특히 드라마/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코리아부'라는 단어가 있었죠. 물론 이 단어는 '한국인' 자체가 되고 싶어하는 서양인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오타쿠'와는 결이 다르지만, 결국 메인스트림 외부에 있는 서브컬처를 조롱/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란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팝(메인 스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단어는 없죠. 기껏해야 뭐... 사대주의? 미제의 앞잡이? 백 년 숙적 미국? 본투비 미국 헤이터인 북한이 만든 단어밖에 없네요.
하지만 이제는 그 인식이 변했습니다. 싸이가 뚫어놓은 길을 BTS가 확장시키더니, 이제는 많은 아이돌들이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3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2일 차 헤드라이너로 선 블랙핑크, 2023년 룰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같은 페스티벌 베를린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선 B.I,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한 정국의 [seven]까지. 이제 더 이상 케이팝은 서브 장르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상품으로 취급되던 과거와는 달리, 음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뮤지션이 됐습니다.
투바투 룰라팔루자
정국 타임스퀘어 공연
이대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될까요? 매 스텝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려면 슈퍼스타가 계속해서 나와줘야 하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응원뿐인 것 같습니다. 다들 화이팅!
지난 12일, 정국의 군입대를 끝으로 BTS 멤버들이 전원 입대를 했습니다. 예전엔 아이돌 멤버 아무개 씨가 군입대했다고 하면 '그랬구나'하고 말았었는데, BTS가 군입대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하네요. 국회에서도 한참 논의가 되었을 만큼 이슈였던 BTS의 군문제. BTS의 군문제가 K-POP 씬의 미치는 영향은 딱히 크지 않습니다. 다만 위에 언급했듯이, 서브 컬처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려면 BTS를 이을 명확한 아이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블랙핑크, 투바투, B.I, 뉴진스가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BTS의 공백 동안 그들의 자리를 확고하게 대신할 것 같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2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기도 하고요. K-POP의 열기가 BTS 복귀 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요 근래 나오는 많은 아이돌의 타이틀 곡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 [퀸카] - 2 : 42초
악동뮤지션 [Love Lee] - 3분
전소미 [Fast Forward] - 2 : 41초
아이브 [Baddie] - 2 : 35초
르세라핌 [Perfect Night] - 2 : 40초
정국 [Seven] - 3 : 5초
비비지 [PULL UP] - 2 : 56초
제니 [You & Me] - 3분
라이즈 [Get A Guitar] - 2 : 41초
키스오브라이프 [Bad News] - 2 : 41초
스테이씨 [Bubble] - 3분
화사 [I Love My Body] - 2 : 31초
영파씨 [MACARONI CHEESE] - 2 : 26초
베이비몬스터 [BATTER UP] - 3 : 9초(제일 기네요)
뉴진스 [ETA] - 2 : 32초
태연 [To.X] - 2 : 51초
그 와중에 SM에서 발매한 그룹 곡들은(신인 그룹인 라이즈 제외) 3분 20초를 훌쩍 넘기는 곡 길이였습니다.
Aespa [Drama] - 3 : 35초
GOT the beat [Stamp On It] - 3 : 53초
Red Velvet [Chill Kill] - 3 : 35초
예전엔 3분 30초만 해도 '곡이 짧네' 했었는데, 지금은 3분만 돼도 길다고 느껴지나 봅니다. 점점 짧아지는 곡 길이. 이건 이 시대의 어떤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걸까요? 곡 길이가 짧아진다는 건 어떤 장점과 어떤 단점이 있을까요? 숏츠와 릴스에 익숙해지고, 2시간짜리 영화를 15분 결말포함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책과 멀어지는 세대들을 위한 걸까요? 모르긴 몰라도, 날이 갈수록 세상이 자극적이고 단순해진다 건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자극적이고 단순해지는 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오랜만에 핑크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를 들어야겠습니다.
이 영상 한 번씩은 다 보셨죠? 세상이 미친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큰 의견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더 발전해야 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다만 미래를 예측해 보자면, 가수들이 목소리를 파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라이센스를 부여받은 창작자들이 'AI'라는 별도 설명을 붙이면 그 가수의 목소리를 딴 음원을 발매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온다면, 저도 작곡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1번 트랙엔 마이클 잭슨, 2번 트랙엔 프레디 머큐리, 3번 트랙엔 커트 코베인. 이런 식으로요.
힙합계에서는 스윙스가 AP Alchemy라는 거대한 레이블을 설립했습니다. 그간 스윙스가 만든 5개의 레이블(저스트 뮤직, 인디고 뮤직, 위더플럭 레코즈, 마인 필드, 슈거 비츠)을 묶어 홀딩스로 출범한 회사죠. 3월 22일 첫 컴필레이션 앨범 'AP alchemy : Side A'를 발매하며 첫걸음을 내디뎠는데요. 거대한 관심에 맞춰 대형 콘서트를 계획했지만, 표가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 무료 공연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슈몰이를 더 키웠고, AP alchemy라는 회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무료'니까 보러 갔을 테니까요. 대표인 스윙스의 배포와 판단력이 아주 돋보였던 행보인 것 같습니다.
AP alchemy는 '월간 AP'라는 타이틀로 매달 싱글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반면, 처음 공표했을 때의 파급력이 점점 잦아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인기가 식고 있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다시 부흥할 거라 생각합니다. 초기에 보였던 관심보다 더 큰 관심으로요. 근거는 없지만, 스윙스의 행보를 보면 '한다면 하는'사람이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래퍼의 레이블 설립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식케이의 'KC'인데요. KC와 AP Alchemy의 설립으로 붙었던 경쟁(?)의 불씨가 각 레이블 수장의 디스전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디스전의 내막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한편, 힙합계의 거목인 빈지노와 이센스가 올해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극찬했던 바밍타이거의 컴필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죠.
아이돌만큼이나 들을 거리가 넘쳐났던 힙합. 갑진년 힙합은 어떤 소식을 우리에게 들려줄까요?
이렇게 6가지 키워드가 제가 꼽은 올해 가요계의 큰 이슈들이었습니다. 연말엔 시상식이 있죠? 저 역시도 연말이니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시상을 하겠습니다. 물론 공신력은 없습니다.
내 마음대로 줘 보는 상
뉴진스 - 온 세상이 뉴진스, 세'상' 드리겠습니다.
BTS - 부상 없이 군생활 마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No부'상' 드리겠습니다.
이번엔 동시 수상이네요. 아이브와 르세라핌 - 2024 룰라 팔루자 헤드라이너가 되는 상'상' 드리겠습니다. 상상은 현실이 되니까요.
빈지노 - 작년에 결혼하셨죠? 결혼 만족도 최'상' 드리겠습니다.
피프티피프티 - 개인적으로 밉'상' 드리겠습니다.
올 한 해 모두들 즐거우셨길 바라면서 내년에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행복할게요. 내년에 봬요! 내년 목표 출간출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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