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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Jan 08. 2024

[ITZY] 내가 알던 있지는 어디 있지...?

ITZY 미니 8집(벌써?) 앨범 리뷰

있지가 첫 싱글을 발매했던 그날처럼, 오랜만에 있지의 이번 앨범을 기다렸습니다. 

[달라달라]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산뜻함과 통통 튀는 사랑스러움, 도발하는 듯한 패기가 느껴지는 가사까지. 특히 [달라달라] 이후에 나오는 곡들의 아이덴티티가 잠 좋았습니다. 'be myself'의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담은 그룹이라 생각 들 만큼이요. 가공되지 않은 원색의 매력을 가진 그룹이었죠. 첫 EP에 수록된 [ICY]와 [IT'z SUMMER]도 좋았고 [WANNABE]도 좋았습니다. 그 뒤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잘 찾아 듣지는 않았고(그때 당시 SM 스타일 곡을 쓰고 싶어 SM에 소속된 아이돌들의 곡을 집중적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SNEAKERS]나 [CAKE]를 간간히 찾아들으면서 '아, 아직도 있지는 여전하지.' 했습니다. 

 컴백 소식을 안 후로 사나흘 정도 미니 8집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각 멤버의 솔로곡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더욱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8집을 천천히 들었습니다. 어떻게 들었냐구요? 지금부터 찬찬히 말씀드릴게요.


1. BORN TO BE

 뮤직비디오도 좋고 안무도 멋있고 보컬 실력도 초반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근데, 내가 아는 있지가 아닌데? 분명 'JYP OFFICIAL' 딱지가 붙었지만, 솔직히 SM 프로젝트 그룹, 'GOT The Beat' 앨범 수록곡 같이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요. 엔터 4대 대기업 중 한 곳인 JYP인데, 어째서 이 곡을 선공개 곡으로 선정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제가 알던 있지는 원색의 매력을 지닌 톡톡 튀는 그룹이었는데, 왜 갓더비트st의 여전사가 되어버렸는지.... 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해 보았습니다.

 곡 스타일은 원래 알던 있지와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그룹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룹의 기둥과도 같은 메시지, 'Be Yourself'를 내포하고 있고, 바이럴을 위한 챌린지 안무가 아닌 곡에 맞는 안무여서 좋았습니다.

 있지의 데뷔가 올해로 5년 차더라고요? [BORN TO BE]가 발매되었을 때는 4년 차였고요. 제가 사랑하는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3집 'OK Computer' 역시 그들의 데뷔 4년 차에 발매된 음반입니다. 1,2집까지는 그저 그런 브릿팝 밴드 중 하나였죠. 3집부터 진정한 '라디오헤드' 스타일이 나왔습니다. 특히 1집과 3집은 다른 밴드가 냈다고 생각할 만큼이나 상반된 스타일이었습니다. 있지 역시 4년 차에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이 컨셉이 앞으로 있지의 스타일이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은 새롭게 선보이는 스타일들로 꽉꽉 채웠습니다.


2. UNTOUCHABLE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UNTOUCHABLE]은 새로운 스타일 + 기존의 있지 스타일을 적절하게 믹스한 곡입니다. 기존의 있지 스타일인 펑크록 스타일의 벌스, 프리코러스의 빌드업, 가사의 주제인 'Be Yourself'. 기존의 있지 음악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스타일은 역시,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후렴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있지가 발매한 타이틀 곡들은 새로운 테마가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후렴구엔 무조건 터트렸거든요. 벌스에 잔뜩 모아둔 아드레날린을 한 순간에 폭발시키듯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어줬었는데, 이번 타이틀 곡인 [UNTOUCHABLE]은 후렴구가 조용히 시작합니다. 고음도 없고, 악기들의 강렬함도 없이, 베이스와 보컬 하나만으로 시작됩니다. 점점 강렬해지긴 하지만, 지금까지 발매했던 곡들과는 다른 느낌의 후렴입니다. 

 있지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노래와 잘 어울리는 안무 아닐까요. 이번 안무 역시 곡과 잘 어울립니다. 강렬하고 힘 있는 안무, 후렴이 끝난 후 나오는 캐치한 안무까지. 다만 아쉬운 건,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빼고 감각적으로만 갔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이린&슬기'의 [놀이]처럼, 감각적인 안무 씬으로만 가득 채웠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은색의 유광룸에서 춤추는 씬과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억압받는(스나이퍼 조준 레이저 씬) 두 개의 씬이 메인을 담당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퍼포먼스 비디오와 스토리 비디오 두 개로 발매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있네요. 그 외에 나머지 것들은 좋았습니다. [BORN TO BE]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요.


3. Mr. Vampire

 개인적으로 타이틀곡보다 마음에 들었던 [Mr. Vampire]. 샘플링 피아노 테마가 귀를 간지럽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몽환적인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청자의 환경에 따라 하프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특유의 흑인 R&B 스타일이 있습니다. 박진영의 영향이 가장 크겠죠. 불문율처럼 여겨진 흑인 R&B 스타일을 타파한 사람이 지금은 계약이 끝난 백예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로는 트렌디한 R&B 스타일의 곡들이 수록곡으로 자리 잡았죠. 이번 [Mr.Vampire] 역시 트렌디한 R&B 댄스곡입니다. 휘슬 리드와 피아노 선율이 좋은 케미스트리를 들려주죠. 




자, 이제부터는 이번 앨범의 백미인 멤버들의 솔로곡을 들어볼까요? 역시 주목해야 할 점은, 각 멤버가 자신의 솔로곡에 작사/작곡으로 참여했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예지 - Crown On My Head

 자타공인 육각형 아이돌이라 불리는 예지. 생각보다 강렬한 곡을 들고 와서 좀 놀랐습니다. 아니, 강렬할 줄은 알았는데 그게 락 기반일 줄은 몰랐습니다. 강렬한 EDM일 줄 알았는데 말이죠. 리더답게 왕관의 무게를 주제로 잡은 이번 곡은 예지의 보컬과 댄스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트랙이었습니다. 


리아 - Blossom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PB R&B 스타일의 곡입니다. 전부터 리아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커버하곤 했었죠. 요새 '대기만성'이란 키워드가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었는데, [Blossom]으로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늦게 피는 꽃에 비유한 노래인 [Blossom]이었습니다.


류진 - Run Away

 류진에게선 왠지 반항아 바이브가 풍깁니다. 반항아 하면 역시 펑크록이죠. 펑크록 스타일의 [Run Away]. 후렴구에서 왠지 모르게 JYP, 선미 냄새가 나죠? 이 곡이 80년대 블루스 스타일을 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펑크록이라고 해도 되고, 블루스락이라고 해도 되고, 그냥 80년대 댄스곡을 밴드 편곡으로 했다고 해도 됩니다. 요새는 모든 장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니까요. 장르를 정 모르겠다면 얼터너티브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번 곡은 특히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데요. 왕가위를 오마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영화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왕가위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뮤직비디오 중간중간에 깔려있는 오마주들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채령 - Mine

 앳된 소녀에서 어느새 연예인 아우라를 뿜뿜 하는 채령. 셔플 리듬의 신스팝인 [Mine]은 밀당을 주제로 한 트랙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이젠 천상 연예인이 다 되어서 놀랐습니다. 노래보다 연기가 더 돋보였달까요. 


유나 - Yet, But

 초기 있지의 통통 튀는 매력을 간직한 곡인 [Yet, But]. 왠지는 모르겠지만, 유나가 팀의 근본을 유지하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원색의 매력을 여전히 간직한 느낌이거든요.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일 때의 그 반가움. 감히 말합니다. 막내가 근본이다. 오랜만에 듣는 치어리딩 팝 음악이라 좋았습니다. 




 이렇게 있지의 미니 8집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컨셉이 앞으로의 있지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되고 한편으로는 염려도 됩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있지'라면 뭐든 있지 않을까요? 어떤 스타일이든 있지는 있지일 테니까요. 다만 바라는 건, 예전에 제게 큰 충격을 줬던 있지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더 돌아왔으면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아니면 아예 엄청난 시도로 새로운 충격을 주는 것도 좋고요.

2024년 첫 리뷰를 제가 좋아했던 있지로 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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