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희 씀
학생들은 진짜 사회를 배우고 있을까?
선생님은 진짜 사회를 가르치고 있을까?
학교는 사회에 진짜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6쪽)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이 묵직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이자 학생들이 ‘지금, 여기’를 살아나가는 삶의 공간이다. 학교(혹은 교육)는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진짜 사회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교육에 대한 이상과 철학은 매우 높다. 수많은 미사여구로 교육과정의 변화를 치장하고 있으나 학생들이 실제 경험하는 현실은 어떨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를 위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구성원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한때 학생이었고, 20년 넘은 교사,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로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매 순간 고민하게 된다. ‘이상을 낮출 것인가? 현실을 개선할 것인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변화하고 만들어 나갈 것인가?'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 동안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고 다듬어온 일종의 ‘발명품’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를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원을 가꾸듯 함께 가꾸어가야 한다. 오랜 민주주의의 토대를 가진 사회는 민주주의를 잘 유지하며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주요한 목표가 될 것이며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는 나라에서는 민주적인 시민성을 새롭게 정리해 가는 것이 목표가 된다. 그 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축이 학교이기에 학교는 민주시민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민주시민을 잘 키워나가고 있는가? 민주시민성을 키워나가야 하는 학교는 민주적인가? 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때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간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체인지메이커가 정확하게 무엇인 지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높지 않다. 나 역시 그렇다. 얼마 전 책장 한편에서 2년 전쯤 구입해 놓은 책이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잠깐 읽어야지 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내용이 상당이 알찼다. 그 책은 ‘세상을 바꾸는 수업 체인지메이커 교육(이은상, 푸른칠판)’이었다.
체인지메이커는 change와 maker의 합성어이다. 단어만 놓고 보자면 변화와 만드는 사람들 즉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체인지메이커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아쇼카(Ashoka)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이라고 한다. 그는 1981년도 인도 봄베이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그 이후 세계 90여 개 국에서 ‘아쇼카 펠로우’를 선정하고 있다고 한다.
* 체인지메이커들의 특징
체인메이커들의 특징을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책 내용 인용)
아쇼카 유스벤처 프로그램(청소년 체인지메이커 교육)에서는 체인지 메이커의 자질로서 ‘공감 능력, 팀워크,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중략)
체인지베이커들은 자기 주도적인 사람들이면서도 나와 관계된 사람과 현상에 관심을 갖고 이해 관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다. (17쪽)
*체인지메이커의 정의
체인지메이커는 공감으로부터 시작하여 협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실제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람들이다...(중략)
체인지메이커는 결과보다는 과정으로 해석하며 자신과 연결된 문제를 실제 행동을 통해 해결해 가고 있는 사람...(중략)
일상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가 체인지 메이커이다. (18쪽)
지난 수 세기 동안 근대화를 거치며 현대 사회는 마치 각자도생, 경쟁,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만이 사회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 돕고 연대하는 존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의 마음을 함께 느끼는 상태이다. 공감을 통해 인간은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가능하다면 타인과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계층 격차 심화, 난민 문제, 전쟁, 기아, 환경문제, 기후변화 등 우리 주위에 당면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모든 존재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연결이 필요하다.
저자는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인간
인간은 체인지메이커로 태어났고, 체인지 메이커로 성장해 왔다. 체인지메이커를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본래 있던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26쪽)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시민
한 사회의 주체는 시민이며 그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성숙한 시민들이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기본적인 교양을 갖추고 있으며 자신은 물론이고 공동체와 관련한 문제에 참여하여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27쪽)
-체인지메이커로서의 학습자
체인지메이킹은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는 종합적인 활동이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은 특정한 지식, 특정한 역량만을 활용하는 활동이 아니다. 사회현상 혹은 사람들에 대한 공감, 논리적인 사고에 의한 문제 분석, 다양한 자료 수집, 협력에 의한 문제 해결, 깊이 있는 성찰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공유 등 체인지메이커 활동 과정에서 발휘되는 역량들이다. (29쪽)
1장: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대한 교사의 견해
2장: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실천 경험(수업 시간)
3장: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실천 경험(동아리, 방과 후 활동 등)
4장: 학생들의 체인지 메이킹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부분적이며 산발적으로 갖고 있던 체인지메이커에 대한 개념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순히 어떠한 실험을 하거나 산출물이나 발명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이 바라는 세상을 고민하고 직접 참여하여 바꾸어보는 사회참여 활동과도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교실에서 우리가 사회참여를 하며 실행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체인지메이킹 활동이다.
다년간 미래학교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고민하고 실행하며 발전시켜온 저자의 경험을 나누어 준 덕에 일상적으로 하는 수업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학생을 세상과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수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교사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