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얼굴만 아는 분이었습니다. 심심찮게 TV에 출연하셔서 역사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이 분 삶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책을 고르다가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들었습니다. ‘역사의 쓸모?’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고 책 속에 빠져드는 데 긴 시간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예전, 학교 교사였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이 지금까지 학교에 계셨다면 지금처럼 역사에 대해 알리고 인지도가 높은 분으로 지내실 수 있었을까?’ 최태성 선생님은 처음 학교 밖 제의를 받았을 때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스스로 결정 내리기 어려워 ‘우당 이회영’ 선생님의 질문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는 삶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역사 속 인물을 만나며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역사를 단지 시험을 잘 치기 위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져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본인 경험을 예로 들면서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정확히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책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저자가 강조한 역사의식, 역사의 쓸모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4개의 장으로 엮여있습니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는 역사가 가진 의미를 현실적 시각으로 설명합니다.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은 혁신,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의 소주제를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설명합니다.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정도전, 김육, 장보고, 박상진, 이회영, 5분의 삶을 소개하며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소개합니다. 마지막 4장은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각자의 삶에 대해, 역사의식의 필요성, 나의 역사, 오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설명합니다.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칩니다. 최태성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역사를 단지 외워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건강히 가꿀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사건이 일어난 년도, 사건의 이름, 순서, 기구의 이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황, 그 일이 일어났던 이유, 결과,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학생들이 시대를 조사해서 발표하면 같이 듣고 질문하고 보충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흥미를 느끼고 저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의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아는 것이 역사의식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것이 역사의식이었습니다. 잘 읽히는 책이었고 느낀 게 많은 책이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분들께, 역사의 다른 해석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나의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역사가 됩니다. 지금의 나를 당장 평하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그때의 나가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쓸모, 역사는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