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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03. 2021

첫 번째 주제: 나의 철학 3

워너비초록바람 씀

좋은 선배가 되어야지,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



  우리 집 앞에는 놀이터가 있는데, 위치가 좋아 아이들이 많이 뛰어 논다. 직업이 교사다 보니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익숙한 편인데, 근래 거슬리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바로 밤 12시까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시끄럽게 뛰어노는 소리이다.


  어제는 정말 좀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하러 나갈까 하다 참았다. 12시까지 놀이터에서 고등학생 남학생 몇 명이 술래잡기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잠에 들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12시까지 저렇게 뛰어놀 수가 있나.’

  ‘쟤들은 도대체 공중도덕에 대한 개념은 없나.’


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면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래, 저 친구들이 이 시간 아니면 친구랑 놀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늦게 만나는 걸 수도 있어.’

  ‘고등학생들이 저리 노는데 욕도 안 쓰고 어찌 보면 순수하게 노는 것인데 어른인 내가 이해해주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실직고 이야기하면, 나 역시 학창 시절에는 주변을 생각할 줄 몰라 어른들에게 많은 이해를 받았던 것 같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후 10년이 흘렀다. 초년생 때와 달라진 게 많은데, 그중 하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좀 관대해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며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주변 동료 교사들에게도 그런 것 같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이 문장 한 마디 덕분에 화가 났던 일도 가라앉고 상대와 덜 부딪히려 노력하게 된다.


  또 초년생 때와 달라진 게 있는데, 바로 좋은 어른, 좋은 선배가 되는 게 참 어렵구나이다. 반성하게 되는 게, 예전에는 가끔 후배들에게 이기적인 선배를 보며 왜 저럴까 눈을 흘기기도 하고, 멋진 선배들의 행동을 감사하게 생각은 해도 당시에는 깊게 생각 못 했는데, 이제야 가끔씩 ‘아 그 선배님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땐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다. 감사하다.’라고 문득 떠오른다.


  점차 드는 생각, 나도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나만 볼 수 있었고, 잘 몰랐다면, 이제는 좀 컸는지 주변 사람들이 가끔 보이고, 나도 공동체에 기여하는 스스로 멋지고 존경할만한 어른, 선배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좀 떠들고 놀아도 몇 번은 참아줄 줄 알고, 후배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후배들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우선 내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이나 후배가 좀 철이 없어도 넘길 줄 알기(악의가 아니고 큰 피해가 아니라면), 아이들이나 후배라고 대뜸 반말하지 않고 높임말 쓰기(나이와 상관없이 상대를 존중해야 하므로), 내가 누리고 있는 자연보호하기 등이다. 미래 세대에게 생색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자녀를 낳고 기르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내 아이를 위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좋은 어른, 좋은 선배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이것의 정답은 아마 다들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분은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데, 좋은 말이지만 현명하게 실천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게 돈뿐만 아니라 마음적, 시간적 씀씀이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덜대며 좋은 선배가 안 될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선 내가 생각하기에 바른 길은 정해져 있다. 좋은 어른, 좋은 선배가 되어야 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이자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사항이 아니라 어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참아볼까 한다. 물론 12시까지는 좀 심하고, 이게 너무 지속되어 내가 힘들다면 한 번 정도 조심히 말해볼 수 있지만, 우선 당분간은 참아볼까 한다. 저 아이들이 혹시 쫓겨나 음지에서 놀다 다치거나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이다. 아이들에게 양지의 안전한 환경에서 놀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아서이다. 그게 어른이자 선배 된 도리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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