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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11. 2021

두 번째 주제: 여름밤 1

워너비초록바람씀

  여름밤 하면 역시 술이다. 술이 있으면 흥이 배가 된다. 차가운 술이 잘 어울리는데, 왕창 마시는 것보다 홀짝이는 게 훨씬 운치 있다. 주종은 맥주가 가장 만만하고, 스파클링 와인이나 희석한 위스키도 좋다. 안주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대신 배부르고 열량이 높은 안주는 겨울에 어울리고, 여름은 상큼하고 가벼운 안주가 더 잘 어울린다. 술이 별로 받지 않을 때는 탄산수도 매우 좋다.


  복장도 선호하는 게 있다. 여름밤은 낮보다 쌀쌀하고, 특히 모기가 신경 쓰이기 때문에 두께가 얇은 긴 바지에 린넨 가디건 같은 겉옷을 걸치면 된다. 그냥 반팔보다 얇은 가디건이 두툼한 팔뚝을 가릴 수 있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릴 때 멋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주기 때문에, 허세를 부리는 데 좋다.


  장소도 의외로 어디든 상관없다. 실내도, 야외도 좋은데, 다만 너무 덥지만 않으면 된다. 뜨거운 낮을 보내고 좀 쉬고 싶은 시간이기 때문에, 바람이 통하고 견딜만해야 한다. 실내에서 에어컨도 좋고, 많이 덥지 않다면 선풍기도 괜찮다. 너무 무덥지 않고 어느 정도는 쾌적해야 낮 동안 지쳤던 심신을 달래줄 수 있다.


  주변 사람은 있어도 되고, 혼자도 좋다. 혼자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 틀어 놓고 마구 웃으면서 본다. 드라마나 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예능이 나에게는 딱이다. 특히 웃긴 내용을 선호하는데, 배꼽 빠지게 웃고 나면 기분이 확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가족, 친구랑 먹는 것도 좋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주량이 좀 많아진다. 이 때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재밌다. 할 말이 많을 때는 목이 말라서, 가끔 할 말이 없을 때는 어색해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므로, 조금은 술의 양을 넉넉하게 준비하면 좋다.


  이렇게 내가 선호하는 여름밤을 생각해봤는데, 그중 베스트는 샤워를 싹 해서 몸이 뽀송뽀송한 상태에서, 술을 한 잔 ‘꼴꼴꼴’ 따르고, 바람이 부는 공간에 느긋하게 널브러지는 것이다. 이때 첫 모금이 가장 맛있다. 제일 처음 입을 댔을 때 느껴지는 해방감. 맥주라면 꿀꺽꿀꺽 많이 넘기며 목 울림을 느껴야 한다. 도수가 있거나 향이 좋은 술은 아주 조금만 홀짝이며 향을 음미한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장마가 온 뒤에는 엄청한 폭염이 오겠지. 여름의 더위를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여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있어 올해 여름도 잘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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