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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11. 2021

두 번째 주제: 여름밤 2

레고랜드 씀

2021.6.29. 불날     

2 주제. 그 해, 그토록 뜨겁던 여름밤에 대한 추억


  여름밤에 대한 범위가 너무 넓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막연한 주제이다. 여름밤 무엇을 이야기할까? 여름밤에 대한 추억에 관해 이야기할까?

  여름이라는 계절은 인생의 고비와 같이 참으로 살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다. 장마, 무더위, 모기, 그리고 음식도 쉽게 상하는 계절……. 그리고 이 여름이라는 기후를 통해 우리나라가 참으로 넓다는 생각을 해본다. 뉴스에서 어느 한쪽의 날씨는 비가 쏟아지고, 또 어느 한쪽의 날씨는 햇볕이 쨍하고 내리쬐는 더운 여름 기후이니 말이다.


  오늘은 타지 생활에서의 여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리라던 나는 고향에서 일이 풀리지 않아 편입 전에도 하지 않았던 타지 생활을 감행하게 된다. 내 고향은 참 좋은데 일자리가 없단 말이지ㅠㅠ

  타지에서의 일에 대해서는 꺼내보고 싶지 않았으나 주제가 여름밤이기 때문에 꺼내보았다. 사실 고향에서의 여름밤은 집안 분위기가 일찍 잠을 자는 분위기여서 여름밤이라고 하면 타지 생활을 꺼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다. 갑자기 왜 이게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썰을 풀어보기로 한다.

  2018년 그해 여름날은 그렇게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한해 전이였다. 2019년 3월 1일 자로 고향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한때 나는 타지 생활을 했었고, 그해 여름은 타지에서 지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뒤늦은 나이에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고 국어교육과로 편입을 감행했고, 늦은 나이에 임용이 되어서(2014년 내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나이 계산하기 없기~) 타지에서 임용 생활을 시작했고, 어지간하면 방학하면 고향으로 내려왔었는데, 2018년 그해는 1급 정교사 연수가 있었다. 그래서 고향에 오기 쉽지 않았다.

  2018년 그해,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 -아니 어쩌면 그 이전인가 모르겠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는군.―에잇 안 되겠다. 느낌이 살지 않는군. 억수로 많이 왔는데, 정말 살다 살다 이런 비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비가 이렇게 하수구에서 역류하는 비는 처음 봤다.

  생전 처음으로 물 먹는 동물을 사 보았다. 더운 것도 싫어하지만 비가 오고 습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물 먹는 동물을 한 상자 샀었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비 오는 날, 샌들을 처음으로 신어보았다. 고향에서처럼 양말에 운동화를 신었다가는 젖기가 십상이고, 그 냄새가 와우~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습도도 높아서 운동화를 빨아도 마르지 않고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마철 젖은 운동화는 세탁소 행이었다. 그리고 여름 장마철, 내 가방에는 항상 샌들과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샌들은 물을 잘 빠지게 해 주었다. 물론 미끄러운 게 흠이긴 했다. 그리고 물티슈는 아기 물티슈를 사용하여 뽀송뽀송한 발을 유지하곤 했다. 여름날 비가 오는 출근길, 샌들을 신고 출근해서 곧장 여교사 휴게실로 간다. 그리고 물티슈로 발과 샌들과 젖은 가방을 닦고, 가방에서 양말을 꺼내어 신고,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더웠던 여름날, 특히 2018년 그해는 연도만큼이나 욕이 나올 정도로 더웠다. 게다가 바람도 통하지 않아서 자취하는 집 앞에 나와서 앉아 있었다. 학생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었으나, 그해 더위는 참기가 쉽지 않았다. 어지간한 여름의 더위는 참을 수 있었는데, 그해 여름은 더욱 그랬다. 아마 다른 해는 고향에서 지냈으나 이 해에는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여름을 지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해 여름에는 1정 연수가 있었다. 용인에 있는 단국대학교 죽전 캠퍼스에서였다.

  내가 근무한 곳은 인천 바로 옆에 있는 경기도였는데, 거기서 용인까지는 적어도 두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임용고사 수험생 시절에도 못 해 본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더웠다.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렇게 1정 연수를 받나 싶었다. 

  그래도 그때는 막연히 꿈을 꾸었던 것 같다. 1정 연수 성적을 잘 받으면, 잘 받으면 장학사가 되어볼까나? (역시 뚜껑 여니 이건 아니다. 그래서 짐을 정리하고 고향에 온 것이다.)


  그해 여름에는 고향에 내려오기 어려웠기에 자취하는 방에서 나와서 거의 마당에 나와 지냈던 것 같다. 고향에서의 여름은 너무나도 뜨거워서 어지간한 더위는 참을 수 있었기에 에어컨도 하나 없이 살아왔는데, 그해 여름은 에어컨이 없이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해 여름에는 참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어차피 자취하는 거, 밤새도록 카페에서 책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는 곳과 같은 지역에 살아서(그나마 거기가 집값이 저렴함) 카페에서 책을 볼 수도 없었다.

  그 해 뜨거운 여름날, 집에 가지 않았던 여름날, 그렇게 슬프고, 우울하고, 모기가 많고, 습하고 덥던 그 여름날, 그렇지만 1정 연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장학사가 되어서 승진하리라던 헛된 꿈을 꾸었던 그 여름날이 가고, 가을과 겨울을 지나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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