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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15. 2021

세 번째 주제: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1

강상준 씀

  교육부 장관. 내가 교육부 장관이 된다? 우선 절대 될 일이 없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과 정반대에 있는 커리어이기 때문에 내가 갈 일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일 것이다. 무엇이 하고팠을까?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본다. ‘내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우선, 학교 업무의 매뉴얼화를 진행할 것이다. 지난해 업무 부장으로, 영어회화 전문강사 임용 및 평가,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 계약 및 평가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우선, 학교마다 이 일은 담당하는 사람이 다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업무 담당 교사가 일을 하는데,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 업무는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업무 부장인 내가 담당하였다. 난생처음 해보는 업무에 이리저리 우왕좌왕 많이 하였지만 교육청 문의와 다른 학교 안면 있는 행정실 선생님의 도움으로 계약서도 작성하고 평가도 진행하였다.

  이 일은 진행하면서 우선 학교마다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가 달랐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도 같은 강사 업무 처리인데 업무 처리 방법이 달랐다. 예를 들면, 문의를 한 다른 학교의 경우 교무실에서 담당 교사가 평가 및 임용 서류를 처리하면, 행정실에서 계약 및 범죄경력을 조회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의 경우 영어회화 전문강사만 교무실에서 평가, 임용, 계약을 모두 담당하고, 심지어 범죄경력조회는 교무부에서 일괄로 하고 있다.

  또 학교 안에서도 다른 강사 신분과 계약직이신 분들의 계약서는 행정실에서 담당 업무자가 작성, 보관을 했는데, 유독 이 영어회화 전문강사만은 교무실에서 모든 업무가 진행되었다.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학교장에게 업무 조정을 건의하였다. 다른 학교와의 차이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안에서도 같은 강사 계약 업무 방법이 이렇게 차이가 나면 되는지 물었다. 그러나 학교장의 대답은 지금까지 잘 굴러오던 시스템인데 문제가 크지 않다면 그냥 그대로 가자는 의견이었다. 이는 학교장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는 대답이다. 기존에 잘 진행되던 업무를 교사 한 마디에 행정실로 이첩시키면 행정실에서 업무 협조가 삐딱하게 나올 수 있고, 그러면 학교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장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를 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이해를 해본다.

  그래서 단위 학교에서 어떤 업무를 진행할 때 업무를 유목화시키고, 유목화된 업무 표준 처리 절차 프로세스를 개발, 이를 교무실과 행정실, 교육청에는 행재과와 나머지 과에 보급해서 기본적 업무가 표준적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안 그러면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행정실 업무가 교무실로 전가되고 있거나, 반대의 경우도 나와 구성원 간의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 이것이 학교 분위기를 진정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학급당 학생 수를 급진적으로 줄일 생각이다. 물론 현실 여건 상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예전 국민의 정부 때 35명으로 급격하게, 일괄적으로 바꾸었듯, 이번에도 강단 있게 밀어야 될 일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학급의 최대 학생 수는 16명. 4인 모둠 4개가 만들어지는 숫자이다. 무엇이든 10대 사회에서 홀수는 불안정한 숫자이다. 분란의 씨앗이고, 갈등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16명. 4인 4개 모둠. 교사는 학생과 조금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수업을 진행하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 설치된 Wee클래스의 과부하된 기능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업 때도 모든 교과의 절대평가 기준을 학급당 16명으로 하고, 학생이 수업 시간에 틀리는 것을, 비난받는 것을,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탐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피드백을 더욱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중고가 절대 평가가 되면 자연스럽게 대학 입시를 손을 봐야 할 것이다. 실제 말만 계속 나오고 있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를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주는 것이 아닌, 대학에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니 고등학교에 와서 함께 인재를 양성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즉, 대입 평가 진행이나 이런 걸 대학교로 넘기는 것이다. 사실 기업 입사 시험도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해 나름의 기준에 따라 선발 업무를 진행하는데 왜 대학교는 콧대 높게 팔짱 끼고 앉아서 학교 프로파일 받고, 고등학교 등급 내면서 학생들을 손 안 대고 코 풀 듯이 선발을 하는가? 대학 입시 개혁에서 수능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내용이다. 이를 포함한 모든 평가에 학교생활기록부 일원화, 나머지 대입 자격시험 확대 등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넷째, 1년에 2권씩 개별 학생들에게 개인 책을 살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싶다. 솔직히 학교 도서관은 수많은 공동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정된 재화에서 책을 구매하고, 수업 자료 확보 등의 이유로 복본을 구입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정작 읽힐 책을 구입하기 어렵다. 그리고 도서관 장서 구입은 도서관 운영위나 학교운영위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번거롭기까지 하다. 차라리 그 예산을 조금 줄여서 학생들에게 넓은 풀의 도서 목록을 주고 그중 1학기에 1권씩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스스로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독서는 어떠한 평가도, 어떠한 결과물도 받지 않고, 오직 이벤트성 간단한 활동만을 진행하고 읽는지 안 읽는지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학생들을 독서시키겠다는 목적이 아니다. 학생들이 책과, 서점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한 방법이다. 학생들은 책을 본인 손으로 골라서 본인이 직접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경험 자체가 많이 없다. 이렇게 큰 사람이 평생 독자가 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이다. 도서 목록은 1-2학년 / 3-4학년 / 5-6학년 / 중1 / 중2 / 중3 / 고1 / 고2 / 고3 정도로 나누고, 고전은 최소화해서 시의성 있는 책을 사고, 어느 정도의 만화책도 구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사실 교사들은 교육부에 바라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저 교육을 시장 논리적으로,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한 기업 운영적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람을 길러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는 비효율성과 실패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을 가장 바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일도 할 수 있고, 수업도 할 수 있다. 명분과 동기만 준다면 언제든 열심히 할 수 있다. 그 명분과 동기를 주는 정책을 교육부에서 잘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청 전수조사 같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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