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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Sep 02. 2021

교사론(파울로 프레이리)과 군주론(마키아밸리)을 읽고

- 사람다움의 아름다움이란

함은희 씀

  군주론과 교사론을 함께 읽고 일부 구절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또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군주론에서 말하는 군주. 즉 제왕이나 임금이 절대권력을 가지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것은 참 간단하고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렵게 하고. 약속을 못 지키겠으면 여우처럼 술책을 쓰고. 사자처럼 겁박을 하다가 안되면 달래는 척하다가... 신의를 저버리는 것. 사람을 믿을 만한 대상으로 여길 필요도 없고 그저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무력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라고 하니... 과연 마키아밸리는 왜 그랬을까. 그나마 이 책을 메디치 가문에 헌정했지만 읽지도 않고 등용되지도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나의 학창 시절은 사실 군주론이 만연한 사회였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무지막지하게 그야말로 패는 시대였고. 학생들끼리도 마치 정글처럼 서열을 짓고 복도에는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으르렁 거리며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이 일상화된 분위기였다. 그때의 견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남의 책상을 발로 툭툭 차면서 돌아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숨죽이고 있는 교실의 공기. 


  고등학교 1학년 첫 모의고사를 치르고. 국어 선생님께서 우리 반을 모두 운동장에 모이게 하셨고. 바닥을 고르느라 깔아놓은 뾰족한 자갈들 위에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단체 기합. 한문 선생님은 우리 반을 다 같이 의자를 들고 한 시간을 서 있게 하셨고  서울대 갈 사람만 의자를 내려놓아도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공부의지를 다지게도 하셨다. 학생부장이셨던 유쾌한 음악 선생님은 교직원 회의가 끝나고 연이은 음악시간에는  누구라도 한 명을 잡아서 시범케이스처럼 그야말로 두드려 패고는 고요한 교실을 만들어버리고서야 분이 풀리는지 그제야 숨을 고르곤 했고.. 조금 있으면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깊은 상처 같았던 교실의 풍경이.. 일 년에 하루 이틀의 지나가는 경험이었음에도 전반적인 교육의 현실이 그러했기에 우리 어른들 세대에게 교육이란 대화나 소통. 존중의 장면이라기보다는 지식 욱여넣기. 암기할 목록표 작성하기. 문제 푸는 방법 기계처럼 숙달시키기가 교육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게 싫어서 교사가 되었고. 그런 교육으론 이 귀한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줄 수없다고 생각해서 교사가 되었건만 사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싶다. 


  20년 만에 교사론을 올여름에 다시 읽었고 동료들과 한 구절 한 구절을 함께 토의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무엇이냐고 마음을 뜨겁게 지피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교사가 어떠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벗어나 인간이란 어떠해야 하느냐의 문제의 고민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고 타인을 혐오하고 비하하고 차별의 말과 행동이 거침없이 오가는 세상에서 저마다 작은 자기만의 왕국에서 군주가 되어 나 빼고 다  내 발밑에 엎드려의 자세로 살아가는 세상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회라면 분명 그 부메랑으로 마키아밸리가 말한 그런 군주 정도는 되어야 이 잔인한 사람들을 다스릴 폭정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늘 3월이면. 그리고 한 번씩 얘가.. 얘가 나를 물로 보나 하는 서운함이 밀려올 때면 군주론이 뺨 싸대기를 때리면서 그러게 내가 두려워하게 만들라고 했어 안 했어..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나는 역시 군주는 못될 한낱 연약한... 겸손이라고 부르고픈 성정을 지닌 인간이다. 결국 바들바들 떨면서... 두려움 속에 한걸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인 것을... 모쪼록 이 잔혹함의 시대가 어서 어서 지나가기를 숨죽이고 기다릴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3월에 만난 우리 반은 눈꼬리가 다들 새초롬히 올라가 있었고, 팔짱을 낀 채. 어디 말 좀 해보시지.. 하다가. 어디 공부라는 걸 시켜볼 테면 시켜보시지 하는 날 선 바늘들이었는데...


  어느새 눈꼬리가 나처럼 처져있고.. 헤벌쭉 거리기들 시작했다 그것으로 된 거다. 그것으로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대화를 시작하고. 그야말로. 참.. 교육이 시작되었다는 믿음을 다시 갖는다. 


  원격수업으로 일주일 에너지 풀 충전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이 몸이 힘들고 지쳐 쓰러지는 기이한 현상이 아이들과 나에게도 일어났지만...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나마 몸을 좀 쉬게 하는 게 고맙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적성에 안 맞는 공부 하느라 돌아다니는 그 지친 육신을 좀 쉬게 해 주고 싶다. 나도 그러하고.  우리의 교육은 말랑 말랑해진 마음과 처진 눈꼬리에서부터 시작이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가사는 좀 야리꾸리하지만... 10cm의 쓰담쓰담을 선물처럼 함께 들으며 시작하는 아침이다. 


'쓰담 쓰담 ' https://youtu.be/NHqSe_9 V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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