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1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천교육교사모임 Sep 02. 2021

거침없이 교육

곽노근 /정한책방출판사

차승민 씀

  교육계를 위한 날선비판.


  곽노근 교사의 첫 책이자 교육 비평서입니다. 책을 받고 숨도 쉬지 않고(?) 3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실상을 모르는 건 피차 마찬가지일 터. 단 그 시선이 비난과 갈등을 넘어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시선이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멘트는 이 책이 가진 날선에 대한 이해를 독자들에게 구하고 있다. 한편으론 날만 서있을 뿐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지 않으려는 의지도 읽어집니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의 소개를 보면 2013년에 임용한 초등교사로 나옵니다. 


  ‘아직 교육경력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교사가 무슨 교육 비평일까?’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설익은 치기이거나 과감한 현실 파악이거나. 전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다 보면 처음 여행하는 곳이지만 큰 감명과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곳의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랜드마크와 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질감에서 오는 신선함 같은 것이죠. 오히려 한 곳에 오래 사는 이들에게 ‘도시의 특징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어색한 것처럼 말이죠. 전 기대를 가지고 읽었습니다. 한 번씩 페이스북에서 보는 저자의 글은 날카로우면서도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는 탁월한 시선과 감각을 보여줬습니다.


먼저 책의 목차를 봅시다.


프롤로그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실명 비판의 늪에 빠지다 


Chapter 1. 교육, 거침없이 비판하다 

교육공무직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정당한가 

이관우 충남교육청노조위원장과 News1 기사를 비판한다 

교사는 학생만 가르치면 안 되는가 

교사가 이태원을 간 것이 죄인가 

‘정치하는 엄마들’의 무례함을 비판한다 

교사는 정말 이기적인 걸까 

사소한 꼬투리 

밥 빌어먹기 힘들다 

진보 지식인 자녀의 특목고 보내기, 위선인가 - ① 

진보 지식인 자녀의 특목고 보내기, 위선인가 - ② 

노조와 단체의 갈림길에서 

일기 검사는 인권침해라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기 

국가인권위원회가 놓치고 있는 것들 

김누리 교수의 독일 교육 이야기에 딴지 걸기 


Chapter 2. 교육, 돌아보다 

밖에서의 민주주의, 안에서의 민주주의 

교사는 꼰대일까 

코로나와 함께한 6개월을 돌아보다 

교사, 왜 튀면 안 되는가 

왜 그렇게 승진을 하려 하는가 

나는 왜 승진을 하지 않는가 


Chapter 3. 교육, 교실로 들어가다 

기부를 했어요! 

학교 가기 싫다 

똥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교실에서 에어컨을 끄자는 고리타분한 이야기 

사과


  특이하게 프롤로그는 있지만 에필로그가 없어 의아했는데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꼭지가 ‘사과’인 것을 봐서는 중의적으로 에필로그처럼 쓰려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교육 비평을 다룬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저자가 그때그때 보고 듣고 겪었던 교육적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둘째. 자신의 입장과 함께 교육적 사건엔 연루된(?) 이들의 실명을 거론했습니다.

  셋째. 교육에 관한 자신의 비평과 교사로서의 자신의 삶 그리고 교실의 풍경도 녹아있습니다. 


  목차와 함께 제가 살핀 이 책의 특징을 풀어보겠습니다.


  교육적 사건에 대한 비평은 누구나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안이 아닌 교육사안에 관한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나 해선 곤란합니다. 교육은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 중에서 국민 대부분이 겪었고, 그로 인한 경험이 있으며 불안과 욕망이라는 두 가지의 감정이 첨예하게 맞붙은 UFC의 옥타곤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긴엔 평온해 보이는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특히 공교육에 대한 비평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이라는 대원칙을 두고 가야 하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있어 한 부분만으로 전체를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기 딱 좋은 영역입니다. 글은 눈이 없습니다. 비평의 글은 칼날입니다. 칼날 같은 글이 눈을 달고 있지 않으니 읽는 독자가 누구이든 간에 베어 들어갑니다.


  저자의 비평은 이런 면에서 눈이 달려있지 않은 칼날 같은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제가 봐도 많은 교사들과 실명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제 이름이 나오지 않나 하고 유심히 살폈던 것 같네요.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명은 필수였습니다. 의견이 다른 양측의 주장을 조율하기 위한 사회자의 느낌도 받았고, 기계적인 분할이 아닌 비평자로서의 저자 의견이 제시된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비단 이건 이 책에서 만의 특징이 아니라 대부분의 토론 수업에서 나오는 일입니다.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문제를 인식하고 타인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왜 다른지 입장의 차이만 읽을 수 있어도 성과입니다. 물론 이 책의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비평과 저자의 삶 그리고 교실의 풍경이 섞여 있어 교육 비평이라고 했던 본래 취지에서 다소 초점이 벗어난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포커스를 좀 더 넓이면 저자가 한 모든 것은 교육의 장은 맞지만 비평이라고 하는 특수한 렌즈를 달았다고 했을 땐 비평에만 좀 더 집중하고 지면을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치가 있습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아직 저자의 경력은 앞으로 더 색다른 교육적 시각을 보여줄 겁니다. 책은 저자의 편견입니다. 저자의 편견이 독서란 행위로 전달되어 독자가 동의하고 그것을 넘어 깨달음이 된다면 좋은 책입니다. 페이스북에서도 매일 교육의 비평이라고 글을 올리지만 비난에 주력하는 분들도 보이고, 교육개혁이라고 하면서 편협된 시각으로 한쪽 면만 강조하여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이 든 교사들은 입을 다물고 가르치려 하지 말라고 하는 어느 교사의 담벼락을 보면서, 비평과 비난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되묻고 싶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나이와 경력이 들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꼰대의 지름길이라 교육경력이 늘어가면 말과 글을 더 줄이는 지라 더 조심됩니다. 그러던 차에 곽노근 교사의 책을 만나 좋았습니다.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릴 수 있을 만큼 필력은 좋았습니다. 앞으로 저자의 더 날카로우면서도 매력적인 글을 책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론(파울로 프레이리)과 군주론(마키아밸리)을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