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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Nov 01. 2021

유대인이야기

홍익희 著 행성B 출판사

 차승민 씀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몇 가지의 놀라움을 만났습니다. 먼저, 참조와 색인을 포함해 총 66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서 압도감을 느낍니다. 다음으론 저자의 약력입니다. 유대인과 관련된 책을 쓰면서 사학자가 아닌 코트라에서 정년퇴직한 직장인이란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더욱더 놀라운 건 책을 읽으면서였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데 3일 걸렸습니다. 그것도 3일째는 토요일 오후 11시에서 저녁 7시까지 요기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곤 책 읽기에 열중했습니다. 학창 시절, 펄벅의 [대지]를 읽을 때와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을 때와 같이 분명 책을 읽을 땐 해가 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 밤이 되어버린 경험을 30년도 넘은 지금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버린 유쾌한 경험을 해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역사서 같은 경제서인 [유대인 이야기]를 읽으며 말이죠.


먼저 이 책의 목차를 한번 보겠습니다.


1부 | 고난과 형극의 역사를 이겨낸 유대인

  1. 영원한 계약

  2. 고난의 역사, 엑소더스

  3. 페니키아, 이스라엘, 그리스의 상권 각축

  4. 유대인 방랑 시대의 시작, 바빌론 유수기

  5.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유대인

  6. 로마의 득세와 유대인

  7. 1, 2차 유대-로마전쟁과 2천 년 방황의 시작

  8. 2차 이산 이후 후기 로마시대와 유대인

  9. 이베리아 반도의 영화(榮華)와 이슬람의 유대인

  10. 중세 유럽, 유대인의 동방무역과 금융업


2부 | 유대인 세계 경제사의 주역으로 우뚝 서다

  1.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몰락

  2. 동전의 양면, 중상주의와 유대인

  3. 페니키아, 이스라엘, 그리스의 상권 각축

  4. 유대인, 산업혁명 토대를 구축하다

  5. 영원한 금융 황제, 로스차일드

  6. 미국 산업사의 양대 축, 모건과 록펠러

  7. 미국을 움직이는 오늘날의 유대인들


  책의 분량이 많은 이유는 1부, 2부가 분권으로 나와도 될 만큼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한 권으로 내었을까요? 추측컨데 각권만 따로 읽으면 전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판단한 저자의 생각과 고집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세계사와 역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기독교인은 아니나 세계사를 이해하려면 성경을 읽어봐야 한다고 해서 두 번이나 통독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느껴질 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역사란 시대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해야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줄기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선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살필 때 정치, 경제, 문화의 다방면을 보면서도 주변 각국의 상황과 그 상호작용도 이해야야 한다는 뜻이죠. 이것이 말이 쉽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유대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는 아예 작정하고 기원전 유대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2010년대까지 유대인과 관련된 것을 통사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며 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대인은 자신의 나라가 멸망당했고, 유럽을 비롯한 거의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현실감각과 생존능력으로 버텨오며 성장했고,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막연히 생각하던 유대인의 능력이 이 책을 통해 그 실체의 단면을 엿봤음에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조건이었습니다. 특히 유대교라는 종교와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의식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대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지만 그들은 그 불리함을 극복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하드라마와 시대극이라 해도 이보다 더 대단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작게는 가정의 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히브리어와 유대교를 지켰으며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이라는 공동체는 대외적으로 핍박받았으나, 그것은 오히려 공동체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드는 구심적 역할도 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각국의 흥망성쇠에 유대인의 역할이 빠지지 않았고 관련되어 있었기에 서양의 역사를 유대인을 기준으로 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세계사 책 한 권을 다 읽은 효과도 있었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을 찾는다면 2부 7장 [미국을 움직이는 오늘날의 유대인들] 편에서 2010년까지의 이야기들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의 출간일을 보니 2013년이라 10여 년의 유대인 이야기는 누락되어있습니다. 증보판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앞선 내용의 정리만으로도 충분하고 넘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한 책들은 많고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 생각이 깊어집니다. 로스차일드로 대표되는 유대인들의 경제력과 파급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이 세계가 유대인으로 인해 움직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장 많은 영향력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유대인의, 유대인에 의한, 유대인을 위한 세계경제의 흐름이 아니라 그들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중심으로 삼았던 문맹의 타파- 공부, 기회의 포착, 종교와 신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의 유연함. 이런 것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수용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의문도 듭니다. 산업으로 시작해서 금융을 장악하고 금융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유대인들의 생존 방식 중 독과점, 승자독식.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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