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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Nov 01. 2021

몬스터 차일드

정기진 씀, 몬스터 차일드 지음, 이재문 옮김, 사계절 

  내용적인 것을 빼고 내게 새로운 점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사계절에서도 어린이문학상이 생겼구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1회 수상작이다. 사계절이라는 존재감답게, 기존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작과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초등교사 작가님이 또 탄생했구나.’ 이건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동화를 쓰는데 초등교사라는 건 매우 큰 강점이다. 작품의 주인공이자 독자들과 늘 함께 살아가니까. 일부러 관찰하거나 취재할 필요가 없잖아?ㅎㅎ 하지만 그런다고 누구나 동화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게 쉬울 리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교사 작가님들이 이렇게 굵직한 작품을 쓰며 등장하면 감탄하며 반기게 된다. 


  작가의 말에 보면 이 책의 첫 착상도 교사로서의 정체성에서 나온 것 같다. "아이들이 괴물 같아요."라는 문장을 본 후 이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찔리고 반성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을 대변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선생님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편에 서서 혐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고 한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말 그대로 학생들일 수도 있지만 상징의 폭에 따라 다양한 소수자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같은 교사인데 나도 그런가? 절레절레.... 나에게는 오히려 숨은 혐오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렇게 나를 돌아본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스토리도 무척 흥미롭고 흡인력이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축사를 경영하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마을의 농산물과 가축을 해치는 괴물에 맞서 자신의 축사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결국 괴물을 당하지 못하고 기절하고 만다. 이어서 첫 장에는 하늬, 산들이 남매와 엄마가 이 마을로 전학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잦은 전학의 배경으로 그들의 병명을 소개하고 있다. MCS. 정식 명칭은 돌연변이 종양 증후군. 일명 몬스터 차일드 증후군.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작가의 창작인 줄 알면서도 진짜로 있을 것 같은 병명. 프롤로그의 참혹한 일과 무슨 관련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MCS의 증상은 놀랍게도 발작과 함께 모습이 변하는 것이었다. 털투성이에 거대한 몸집이 되고 그에 걸맞은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괴물 증후군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게 주변에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하늬, 산들이 남매는 엄마의 철저한 관리 하에 약을 먹으며 증상 발현을 억제한다. 누나인 하늬는 잘 억제하며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는데 문제는 어린 산들이다. 산들이가 증상을 보일 때마다 전학을 하다 보니 이번이 일곱 번째 전학이다. 


  엄마가 이 동네를 선택한 것은 소개받은 의사를 찾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소장이라 소개하고 병원 대신 '자립 훈련소'라는 말을 사용했다. 


  “저를 한번 믿어 보시죠. 아이들 삶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말에 엄마는 발끈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만, 다른 마땅한 선택지도 없기에 결국 아이들은 이곳에 다니게 된다. 이곳에서의 변화와 성장이 이야기의 큰 줄기. 엄마가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변화와 성장. 


  또 한 줄기는 학교에서. 하늬는 같은 반에 MCS가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우라는 그 아이는 자신의 증상을 그냥 드러냈다. 그래서 변이가 찾아오면 운동장으로 나간다. 털북숭이가 되어 운동장을 뛰는 연우의 모습을 누구나 보게 된다. 혐오와 기피는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연우는 언제나 혼자다. 하지만 연우는 나중에 하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미워해서 뭐 해. 그런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아이들을 미워하니까 오히려 내가 더 미워지잖아. 나 스스로를 미워할 수는 없으니까.” 


  혐오와 기피 앞에서 연우는 [드러냄+외로움] 세트를 선택했고 하늬는 [숨김+어울림] 세트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엄마의 강요에 가까웠지만. 엄마가 아이들의 증상을 억제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자식의 그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결국 부모지만 자식의 그 모습까지 사랑할 수는 없었던 것.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잘못처럼 여기게 된다. 이런 병은 실제로 없지만 이런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강 소장의 훈련소, 그리고 연우와의 만남을 통해 하늬 안에 꽁꽁 묶어놓았던 사슬이 풀렸다. 그것은 엄청난 진통, 공포, 놀라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대가는 치열했다. 그게 없었다면 이런 흥미로운 책이 되지 못했을 테지. 이제 MCS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제 출발이니 이후의 일들은 독자들이 상상해야 될 터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이렇게 상징적이면서 극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스토리 자체로도 재미있고 의미를 캐내는 작업도 흥미로울 것 같다. 고학년 교실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일단 재미있어야 그 이후가 가능하니 이 책은 상당한 강점을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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