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1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천교육교사모임 Mar 01. 2022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함은희 씀

이진순/문학동네/2018


그의 부활은 왜 단 한 번으로 족했을까?

  어린 시절, 왜 예수의 부활은 단 한 번의 일회성 행사로 끝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게다가 허무하게 하늘로 슝 올라가버리기나 하고. 그러다 며칠 전 아직 겨울의 찬기가 가시지 않은 베란다에서 분갈이를 하다가 그 의문이 다시 생겼고. 왜?라는 물음표를 매달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다 예수의 부활 후에 일어났을 너무 당연한 일은 그를 다시 사람들이 붙잡아 십자가에 매달고 잔혹하게 죽이는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더 이상의 부활은 필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 어차피 예수 같은 삶으로 그런 메시지로 살 거면 그냥 죽임 당하는 것이 당연한 거로구나 하는 절망과 안도감의 중간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책. 이진순 씨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절망과 안도감에 이제는 너무 새삼스러운 희망이란 마음도 살짝 얹어버리는 행복감을 맛본다. 


  교사라는 직업은 해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직업이다. 누군가 멀리서 보면 같은 교과서로 앵무새처럼 지껄여대다 방학이면 한량처럼 주는 월급 받으며 놀고먹는 최고의 유희형 직업 같겠지만, 개인적으로 겨울은 그야말로 부활하고 싶지 않아 이대로 어둠 속에서 죽어버리고 싶은 계절이다. 사람을 생명을 만나는 일의 고단한 행복감이 더 이상 나를 반짝이게 하지 못한다는 그 무서운 고립감과 고통이 밀려오는 계절이다. 올해도 그랬다. 아주 가끔 나를 반짝이게 했던 학생들과의 기억으로 다시 비척 비척 일어서려 해 보지만 올해는 아이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가 말하지도 선언하지도 않은 좌빨, 종북, 거기에 꼴페미라는 수군거림으로 벽을 친 학생들 앞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던 걸음 같았다. 동료 교사들에게는 나이 많은 민폐덩어리. 자기 혼자 잘난 척 하지만 실상은 행정적으로 늘 실수 덩어리 교사였던 것 같아 의기소침함과 무력감에 시달렸던 한 해였다. 그 무서운 절망의 터널을 혼자 터덜 터덜 걷다가 “반짝” 하고 빛나는 사람들을 만나니 이제야 나도 숨이 쉬어진다. 이제야 창밖 겨울 햇살 속에서 “봄”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세월호의 의인이라 불렸던, 이제는 세상을 떠나신 그분의 세 자녀와 그분이 함께 찍은 멋진 가족사진.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그분을 뵈며 눈물이 흐르고, 냉소가 가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한계를 이야기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눈물이 흐르고.... 우리의 봄은 어디인 가고 또 눈물이 흐르고.


  그럼에도 이진순 씨가 205쪽 젊은 소설가에게 던진 질문은 올 겨울 내내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 한번 부활하고 가버린 그에게 내가 못내 새초롬한 눈길로 삐져 있었다면 그는 아마도 그 부활 네가 할 차례다라고 대답할 것 만 같다. 또. 그 부활해 낸 사람들이 여기 있다라고 답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이. 그 위대한 삶의 여정을 보여주었단 한들. 아마도 그의 부활 이후의 인생 여정은 그야말로 답정너였을 것이다. 그의 여생의 정답은 박수와 환호가 아닌 또다시 죽음이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배신과 질시와 미움과 분노의 범벅이 된 군중의 요동치는 마음은 결국 그 길로 갔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럼에도 그분은 다시 부활하라고 조용히 차근히 기다리시며 우리 옷깃을 살짝 당겨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그래도 부활한 사람들이 있단다. 그들을 보며 당신도 나도 부활할 힘을 낼 수 있다고 고요히 토닥토닥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인생이 늘 고목처럼 죽어버려서 다시는 새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자주 빠지곤 한다. 누군가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몹쓸 자기 연민이라고도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더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는 누군가에게는 나만 왜 이리 고된 일상을 사느냐고 징징거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봄이다. 우리는 다 부활해야 하는 봄이 온 것이다. 아쉽게도 영원할 절정의 순간, 최고의 순간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반짝이는 날은 지속될 것 같은 소망을 주는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기에. 이 봄에 부활을 준비할 용기가 생긴다


  봄이라고. 봄이 왔다고 부활을 준비하는 꽃들과 나무들과 새 순들과 그리고 당신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어떻게 이 절망의 계절을 이겨낼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먼저 절망의 무덤 속에서 부활한 사람들을 보아라. 라고 말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 당신과 나의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듣는 기쁘고 찬란한 봄이 되기를 몹시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려운 조언을 해야 하는 짐을 지고 가는 이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