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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로운 생각 Nov 22. 2024

평범했던 직장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생기는 일


두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난 후에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온종일 무료하게 지냈던 지난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치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연일 상상 속에서나 가볼 법한 꿈과 환상의 나라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내가 퇴직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고 얼마 후, 출판 기획자가 나에게 유튜브 출연을 제의하였다. 홍보 차원에서 여러 매체에 책 소개서를 보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촬영 의사를 전해왔다고 하였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만방에 내 얼굴을 알리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 번번이 실패만 맛보았던 터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사전 질문지를 받아 수십 차례 리허설을 해가면서 준비에 온 정성을 쏟았다.      


놀랍게도 이 영상의 조회 수가 급등을 하였다. 녹화할 때 실수를 많이 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참으로 의외의 결과였다. 얼마나 대단했던지 내 유튜브 화면에도 나의 영상이 뜰 정도였다. 접속만 하면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 바람에 기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나란 존재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상이 공개되기까지는 수개월이었는데 업로드된 뒤로는 나를 둘러싼 변화들이 빠르게 일어났다.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해온다는 점이었다. 이전까지는 기껏해야 하루에 한 두통 스팸 문자가 고작이었던 내 휴대폰이 갑자기 바빠졌다. 절친한 친구는 물론이고 퇴직하고 전화 한번 없던 회사 선후배, 십여 년 전 왕래가 끊어진 협력사 파트너 등 옛 지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안부를 물어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는 각종 단체에 소속된 관계자들도 연락을 많이 주셨다. 황송하게도 그분들 모두 나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 도대체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였는데 그 기사의 반응 역시 엄청나게 뜨거웠다. “대기업 임원의 퇴직 후 시급은 1만 원’이라는 타이틀로 작성된 뉴스는 다시 온라인 포털 메인으로 옮겨져 며칠 만에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본격적으로 거대한 기회가 열리는 시점이었다. 대한민국 탑 3 대기업, 충청도 코스메틱 제조사, 경상도 소재 모 공사 등 장르를 불문한 기업과 기관에서 나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한번 불꽃이 일면 연쇄적으로 터지는 폭죽 더미와 같은 형상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굉장한 성과는 내가 대형 신문사의 칼럼니스트가 된 것이다. 최종 한 곳을 선택하기까지 여러 언론사에서 제안을 받았다는 점 또한 예상하지 못했었다. 칼럼을 쓰고부터는 강연 요청 이외에 원고 청탁도 더해졌다. 공기업 공식 블로그를 필두로, 나는 명실상부 글과 강의를 넘나들며 주목받는 깜짝 스타가 되었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혹시 유튜브에 나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 적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영상 속 내 얼굴이 진짜 내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데도 나를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덕분에 연예인도 아니면서 아주 잠시 연예인 병에 걸리기도 했었다. 티셔츠를 입고 가도 될 곳을 굳이 재킷을 걸치고 나서는 꼴이란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대반전 드라마였다. 퇴직 후 손대는 족족 망하기만 했던 내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생전 그 같은 일이 또다시 찾아올까. 죽을 만큼 기를 써도 희망의 빛 한 점 볼 수 없었는데 대체 무엇이 놀라운 결말을 자아냈을까.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출간하기 꼭 1년 전,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였다. 마지막 보루였던 자영업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수억 원의 손실보다도 더 큰 고통은 나는 이제 쓸모가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이었다. 모두가 과거에 내가 퇴직을 만만하게 본 탓인 것 같았다. 회사생활을 무리 없이 했다면 회사밖에도 잘 정착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퇴직 후 내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    

   

깊은 절망속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파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퇴직 일기’. 퇴직 전후에 답답한 심정을 글로 썼던 나의 일기장이었다. 잊고 있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끝났지만, 사람들에게는 알려야겠다. 퇴직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그런데, 그것이 신호탄이 될 줄이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난 뒤 나는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나누었던 나의 이야기들은 대형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펼쳐졌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후, 내 인생은 탄탄대로였을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퇴직 그 후의 뒷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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