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아로운 생각 Jun 16. 2023

회사 오래 다닌 사람에 대한 세상의 평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삶을 살고 싶었다. 회사를 떠난 후에는 생각만 하였던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계획들을 실천하리라 다짐했었다. 그중 하나가 면접 코칭이었다.   

  

면접을 생각했던 계기는 아끼는 후배 때문이었다. 업무 능력은 물론 태도, 마음가짐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사내승진 면접에서 지나치게 긴장하여 진급의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와는 반대로 평소 행동은 더딘 직원이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로 승진한 것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짧은 답변으로 지난 노력의 결과가 뒤바뀌는 상황이 왠지 맞지 않아 보였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수많은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며 쌓은 노하우가 후배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같았다     


차근차근 준비하여 퇴직 후 면접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프리랜서이긴 해도 취업준비생에게 면접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최선을 다하여 지도하였다. 다행히 코칭을 받은 친구들마다 합격 소식을 전하여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경험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몇 가지 내용을 갖추면 더 좋은 코칭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연히 알게 된 강사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개인 레슨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바라는 수업료 외에 식사까지 대접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수업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수업도 하기 전에 강사가 의외의 말을 하였다. “준비를 해와야 가르쳐요. 준비해 오세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몰랐던 부분을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그냥 지나쳤다.     


수업을 하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방식이 예상과 너무 달랐다. 강사는 수업 시작하자마자 내가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도록 하였고 모두 들은 후에는 그중 잘못된 부분을 짚어 주었다. 그것이 수업의 전부였다. 뒤로는 짚어 준 내용을 반복하여 되풀이하며 남은 수업 시간을 채워 나갔다. 준비한 부분만 가르친다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내게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내가 보완해야 할 사항에 관해 묻자 준비를 해오면 알려준다고 하였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내용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닭과 달걀처럼 같은 대화만 맴맴 도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내게 이미 채워진 것 중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만 알 수 있었다. 빈 곳을 채우고 싶었건만 빈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빈 부분은 채울 수 없었다.      


이후에 강사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수업내용 중 일반적 이론과 다른 부분이 있어 확인이 필요했다. 나의 질문에 강사는 즉답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찜찜한 내 마음이 표정에 나타나는지 강사가 기분이 나쁘냐고 물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하는 나에게 무엇이 찔렸는지 내 눈치를 살피다 강사가 다시 말하였다. “왜 그래? 나이 먹어서!” 그 말을 듣는데 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나이를 먹은 내가 뭘 어찌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이도 있으니 웬만하면 이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내뱉은 말이 상황과 맞지 않았다. 나이로 치면 나보다 열 살이나 적은 사람이 할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도대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해진 상태에서 잠시 넋 놓고 있는 사이 대꾸할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과연 이 말을 내가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할지 아니면 받아쳐야 할지도 그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두려운 마음이 생각을 멈추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조금씩 사람들을 알아가는 중인데 언짢은 기분을 내색했다가는 당사자와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 원치 않는 소문까지 만들어져 그나마의 내 입지가 없어질 것 같아 걱정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내디딘 세상밖으로 첫 발인데,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해저 동굴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면 위로 떠 오르려 하면 언제든 정체 모를 암초가 나를 끌어내릴 것 같았다. 얼마든지 깨져가면서라도 회사 밖 세상을 배우고 경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앞으로 겪게 될 미래가 걱정이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이까지 먹은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30년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한 나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나이 먹은 사람’이었다.  




※ 감사하게도 이후에는 훌륭한 강사님들을 정말 많이 뵈었습니다. 

※ 오늘도 현장에서 더 좋은 교육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모든 강사님들을 응원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를 그만두면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할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