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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균 Nov 24. 2017

파리 여행

나의 유럽여행 이야기

첫날. 2017년 11월 10 금요일

12시간 비행시간을 견디려면 목욕을 해야 한다. 출발 40분 전 인천공항 샤워룸이 있는 곳에서 샤워를 마치고 아시아나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비행기 탑승전 아내와 중학교 2학년인 큰딸은 면세점에서 아이쇼핑을 해야 했기에 우리는 출발 3시간 전 공항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목욕이 필요했던 건 이미 출발 전부터 다리 근육이 묵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련의 쇼핑과 목욕을 마치니 이젠 완벽한 준비가 된 듯했다. 생애 첫 유럽여행 파리행 비행기에 이제 몸을 싣는다. 걱정과 근심은 서울에 두고 완벽히 유체이탈을 할 준비는 끝났다. 



준비한 아이패드엔 이미 검증된 미드 '굿 와이프'와 '뉴스 룸' 시리즈를  준비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통에 대비하여 휴대용 공기 베개도 준비했다. 비행시간은 그야말로 길다. 실제로 길고도 길다. 그렇게 두 끼를 기내에서 해결 후 우린 파리에 도착했다. 여긴 퐈리...


파리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미니이처로 만들어진 놀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아가는 고층빌딩 숲에 살다 온 내게 5,6층 을 넘지 않는 스카이라인이 보여주는 하늘의 모습은 당연히 낯설었을 거다.


 제법 손쉽게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Rossi bus를 발견했고 승차권 발권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때 처음 만난 흑형! 우리가 관광객인지 한눈에 알아본 흑형이 말을 건넨다. Can you speak english? No라고 말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No라고 했다는 건 이미 알아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하여 버스에 몸을 실었다. 40분가량 도심을 달린다. 우린 오페라 역 건너편에 하차하여 거대한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를 잠깐 스치듯 보고 옆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들렀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빨리 숙소로 향하고 싶어 대충 훑어보고 이내 숙소로 향했다. 하루 저녁을 뜬눈으로 세웠더니 눈꺼풀이 땅으로 떨어진다. 둘째는 세상의 모든 인상을 얼굴에 다 표현하며 짜증을 낸다. 그렇게 첫날의 저녁은 흐르고 우린 내일부터 이어질 여행 스케줄에 대비하여 이른 잠을 청하고 있었다. 


둘째 날, 입이 절로 벌어지는 스케일, 영화에서만 보았던 중세풍의 건물들 5분 거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까지 신기했다. 우린 6시 즈음에 일어나 이미 숙소로 보낸 햇반과 반찬들을 먹고 서둘러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건물 구경을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초 겨울 날씨와 맞물려 꽤나 쌀쌀한 기운을 느끼게 하였지만, 주변의 풍광이 추운 기운을 눌렀다. 건물은 한 마디로 작품과 작품이었다. 루브르의 피라미드 앞에서 감상은커녕 카메라의 셔트만 연신 누르고 우린 입장했다. 



여행사에 회원가입만 하면 준다는 오디오 가이드를  핸드폰에 다운로드하여놓고 모든 준비는 완벽히 되어 있었다. 유명한 그림이 나오는 대로 준비해 간 오디오를 꼼꼼히 듣기 시작한다.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는 그런대로 잘 듣고 따라다니지만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겐 여전히 무리 감이 있다. 여하튼 너무 넓은 나머지 몇 가지 작품을 보긴 했지만 반나절이 후딱 지나가 버렸고 많은 인파들이 모여있는 곳은  어김없이 유명한 작품이 있었다. 사진보단 눈으로 담고 싶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뿐.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배는 고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우린 주어진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나름의 소명감이 있었다. 그렇게 루브르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 다시 호텔에 들렀다. 아내와 아이들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들어버렸다. 깨울 수가 없다. 우린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인 후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기 위해 이동을 했다. 선상에서 센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을 잠시 보고 시간에 맞게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둘째 날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세 째날 하루 한 끼는 밥을 먹자. 그렇게 햇반을 맛있게 먹고 우린 혹시나 하는 새벽 미사를 참석하기 위해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우버택시. 나도 이용해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덕분에 손쉽게 호출할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처음으로 우버택시를 이용해 보았지만 상당히 편했다. 우선 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어 투 도어 서비스와 가격까지 저렴하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할 만했다. 


우린 그렇게 노트르담 및 생 샤펠 성당까지 순식간에 여행을 마치고 두 번째 미술관인 오르세로 향했다. 아내는 중간에 화장실이 급해서 무료로 개방된 일인용 화장실 같은 곳을 찾아 들어갔지만 문만 닫고 볼일만 보려고 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탓에 아침부터 큰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우린 오르세로 이동했다. 



오르세에서의 특이한 경험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많은 스태프들이 중간중간에 상주해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관람 중 이동을 못하게 하며 모든 관람객들을 현재 있는 곳에서 대기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린 영문을 알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 참이 지나서야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던 건 안내를 통해서였다. 그것은 바로 의심스러운 그리고 확인되지 못한 물건이 반입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스태프들은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이동하지 못하게 했고,  영문을 몰랐던 우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안내방송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테러 때문인가? 여하튼 이어폰을 반드시 준비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필히 듣는 것을 추천한다. 자세한 설명이 동반되어 그림을 볼 때 한껏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아이들이 싫어하는 박물관 두 곳을 마치고 나니 파리의 절반을 본 듯하다. 그리고 우린 샤이오궁 근처의 역으로 이동해 에펠탑을 찍기 좋은 구도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린 에펠탑에서 원 없이 사진을 찍을 참이었다. 참으로 추운 날씨다.  



갔다 왔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에펠탑 두 번 가볼 이유는 없다. 하나 한 번은 가봐야 할 그런 명소임에는 틀림없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야경. 시간마다 5분 정도 펼쳐지는 화려한 빛의 쇼가 펼쳐진다. 우린 그렇게 삼일을 보냈다.


네 째날, 우린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매일 2만 부 정도의 걸음으로 움직이다 보니 무엇을 먹던 즉시 소화가 되었고 충분한 하루의 운동량으로 살찔 겨를이 없었다. 틜르리 공원, 콩코드 광장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에투알 개선문까지 우린 거침없이 구경하며  쇼핑하여 이동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사진에서 본 튈르리 공원의 아름다움보단 약간의 적막함을 느꼈지만 너무나 잘 정비된 공원이란 건 조금만 걸어보아도 금세 몸이 느끼게 된다. 책 한 권 옆에 끼고 하루 종일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보고 싶다. 가족여행으로 온 이상 그러한 생각은 나 에겐 너무 큰 사치의 시간이다. 어쨌든 파리 시민이 사랑하는 퀵상부르 공원과 파리 시청을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날, 베르사유 궁전은 감탄을 금치 못하는 스케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파리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 넓은 공원에서 가족끼리의 자전거 탑승은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함께 한다는 것!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작년 미국 여행도 느꼈지만 이번 여행에서도 동일하게 느낀 점이다. 다섯 번째 날은 다른 곳은 모두 생략하고 베르사유 만 갔다 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베르사유 관람 후 출출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KFC에 가서 먹어보기로 했다. 무조건 기계를 통한 주문만이 가능했으며 불친절한 직원들의 태도에 다소 언짢았다. 하나 그건 것 하나 때문에 내 소중한 기분을 더럽힐 이유는 없었다. 



이제 파리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몽마르트르 만 남았다. 무시무시한 흑형의 갈취를 수도 없이 읽은 터라 마음의 갑옷을 내복만큼 껴입은 터였다. 그곳을 구글 지도에 의존하여 이리저리 올라다니다 우린 샤크레쾨르 성당에 도착하였고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느낀 웅장함과 비슷한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 샤크레 퀴르 성당을 관람하였다. 그것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이제 스위스로 움직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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