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 Mar 29. 2022

조금은 내 몸을 위하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코로나 2년, 그동안의 감옥생활이 무색하게 매일 같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전염병을 하도 많이 겪어서 처음부터 그게 뭐 대수냐며 시큰둥 했었다지만, 그리고 요즘 우리도 약간 그런 무신경함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2년 전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다니는 이 바이러스란 놈은 꽤나 공포스런 존재였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전수검사를 한다고 하는데(공무원들이 종일 이 일만 한다는 모양), 중국사람들은 전수검사보다 코로나 걸리는게 더 무섭다고 정말 성실히도 검사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 이후에 밖에 잘 안나가고 배달음식만 자꾸 시켜먹어서 확찐자가 됐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같은 경우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부터 야금야금 살이 찌고 있었는데, 왜 살이 쪘는지 굳이 분석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10년 넘게 해오면 재즈댄스를 그만뒀다. 둘째, 회사 구내식당 밥이 너무 맛있었다(그래서 나만 살이 찐건 아니었다). 셋째, 퇴근 후 집에 와서 씻고 9시가 다 된 시간에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귀찮아서 자꾸 배달을 시켜먹었다. 결국은 배달음식이 주범이었던건가.


어쨌든 코로나 덕분에(?) 건강이 최고란 만고의 진리를 비로소 실감했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같이 커지면서 생일선물로 면역력에 좋다는 홍삼이나 유산균 따위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직장인이 된 기념으로 산 치마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중대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참에 좀 더 건강에 신경을 써보자고.




어릴 땐 아무 생각없이 먹고 싶은거 다 먹어도 원형 유지(?)가 잘 됐었다. 그래서 난 내가 살이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단 일주일에 두번씩 꼬박꼬박 운동을 갔었고, 걸을 일이 많은 뚜벅이 신분이었으며, 먹고 싶은거 다 먹었다고 해도 가난하고 또 게으른 학생시절에 챙겨먹는게 그렇게 푸짐한 음식일 수는 없었다. 한 마디로 잘 안 챙겨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가끔 주변에서 기이할 정도로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안 찌는 사람들을 보긴 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버 쯔양이 있다. 솔직히 이 사람은 그냥 신기할 따름이다.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간헐적으로 굶으면 그렇게 먹어대고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전 직장에서 만난 어떤 여성분은 회사 통틀어서 가장 잘 먹고 또 많이 먹는다고 유명했다. 이분은 간헐적 단식 따위 없었다. 밥을 (그렇게 많이)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며 항상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해 몸은 그냥 살이 안 찐 정도가 아니라 깡마른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연비에 뭐 문제 있는게 틀림없다고 놀리듯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다들 약간 부러운 마음도 있었을 거다. 미스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는데, 알고 봤더니 매일 아침 2시간씩 수영을 하고 온다고 했다. 


재즈댄스 선생님이 남기신 명언이 있었다. 20대 때는 운동만 해도 살이 빠지지만, 30대부터는 운동과 식단조절을 같이 해야 살이 빠진다고.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운동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가 없어서 처음으로 식단 조절이란걸 같이 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계산해본 후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고작 이 정도만 먹어야 한다(=먹어도 된다)는 거였다니. 살이 안 찌면 그게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음식을 굉장히 짜게 먹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짜게 먹으면 먹을 수록 계속 그 맛에 중독됐던 것 같다. 그런데 밥양을 줄이니 짠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소위 '밥도둑'이라 불리는 반찬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많았는데 (예를 들면 간장게장) 간장게장 반마리면 그날 먹을 밥을 모두 도둑맞을 판이었다. 그렇게 반강제로 싱겁게 먹기 시작했지만 신기하게도 또 먹다보니 금방 적응이 됐다. 음식을 싱겁게 먹자 그동안 맵고 짠 맛에 가려 존재감이 없었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이건 예전의 내 식습관을 알던 사람들이라면 정말 놀랄 노자의 변화다.


적은 칼로리로도 포만감이 있는 음식 위주로 먹으면서 자연스레 고기를 피하게 됐다. 황제 다이어트(*고기 등 단백질 위주로 먹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법) 이런 것도 있지만 뭐든지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 당연히 더 건강한 방법이다. 그래서 얼추 계산을 해보니 칼로리가 높은 고기는 정말 쪼끔만, 쪼오끔만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아주 말도 안되게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워낙 '고기를 먹는다'함은 고깃집에서 고기만으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겨우 요만큼만 먹어야 한다는게 처음엔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고기는 배터질때까지 때려먹는 음식이 된걸까) 하지만 팩트는 내가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어야 할 정도로 칼로리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아침에 2시간씩 수영을 하고 온다면 또 모를까. 승마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고기 안 먹는 삶'을 생각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그전부터 이런 이유로 조금씩 전초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저트류 역시 많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 이건 내가 원래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대식가이긴 하지만 (식사 후에 또 '식사'를 주문하는 민족 아닌가) 요즘은 약간 무섭다 싶을 정도로 고칼로리 음식들이 유행하는 중이다. 뚱카롱부터 시작해서 각종 토핑과 흘러넘치는 크림으로 무장한 도넛까지, 날이갈수록 디저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더 달고 또 더 화려해졌다. 물론 디저트라 함은 당연히 달달하고 맛만큼이나 비주얼도 중요한 음식이지만, 그건 앞서 주식을 적당히 먹고 디저트도 입가심으로 조금만 먹는다고 전제했을 때 이야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핫한 디저트들은 디저트라기보다 몇일 굶은 사람이 긴급히 당을 수혈해야할 때 먹는 음식, 혹은 장기간 고립될지도 모르는 에베레스트 등반 같은걸 계획하면서 챙겨가는 비상식량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칼로리에 너무 집착한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 어쩌고 저쩌고 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칼로리는 효과적인 지표이자 방향계가 됨에 틀림없다. 단지 살을 빼거나 유지하는 데 뿐만 아니라, 좋은 음식을 적당하게 먹게 하는 방향계다. 특히나 요즘처럼 점점 더 화려한 맛과 시각적인 자극이 쏟아지는 와중에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내 몸을 위하는 음식을 챙기도록 해준다. 물론 하루에 2천 칼로리가 필요한 사람이 '그럼 치킨 한마리 시켜먹고 나머지는 굶어야지' 요런 생각만 안한다면 말이다. 한편으론 요리를 점점 더 안 하게 되는 현상도 나타났는데, 요리 과정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양념을 넣거나, 기름을 넣고 볶거나, 반죽으로 감싸서 튀기거나 등등) 그만큼 칼로리도 같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건 안 좋은 점이라고 해야할지 좋은 점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식습관의 또 다른 문제는 야채를 너무 안 먹는다는 거였다. 특히 생야채는 더더욱 먹을 일이 없었다. 생야채가 너무 싫고 밉고(?) 그런게 아니라, 야채를 사도 제때 다 못먹어서 애초에 안 사게 된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를 먹자고 생각했다. 샐러드지만 풀떼기만 먹는건 당연히 아니고 (그렇게까지 살을 빼고 싶진 않았다..) 다른 여러 가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되는 토핑과 함께.


그런 식으로 파는 샐러드 패키지들이 많았지만 몇번 사보니 가성비가 좀 떨어졌다. 각종 일회용 쓰레기와 아이스박스를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덤이었고. 샐러드 야채만 사는 경우에도 아이스박스의 딜레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재활용 쓰레기 중에 아이스박스가 제일 싫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것은 바로 식물재배기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