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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개비 Mar 19. 2021

페르소나 (BTS 백댄서 이야기)

2019 방탄소년단 월드 스타디움 투어 뒷얘기

어찌, 땀의 무게가 다르겠는가?
Does the weight of sweat differ?


K-POP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한국의 위대한 아이돌. '방탄소년단'스타디움 투어가 끝난 뒤 무대의 기념 촬영 사진이 있다. 모두들 나름 카메라를 의식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에 유난히  땀에 절어 헝클어진 머리와 피곤에 쩔어, 무표정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댄서의 얼굴이 마음을 움직였다. 문득 그의 땀을 닦아주고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Rose Bowl Stadium에서 2019년 5월 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어 여러 나라를 돌며 진행되었던 방탄소년단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는 가히, 한국 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다. LA, 시카고, 뉴욕, 상파울루,  런던, 파리, 그리고 금단의 철벽인 사우디아라비아...


하루아침이라기보다는 1975년 가수 정훈희 씨가 칠레 가요제에서 최고가수상을 받으며 시작된 수많은 선배 가수들의 내공들이 쌓이고 쌓여 한국 음악사에 큰 결실이 맺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더욱이 일부 아이돌이나 또래들의, '잘못된 어른들 따라 하기'가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들이 많다 보니 자신들의 음악세계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들의 행보는 더욱 가치롭게 빛났다.

전 세계의 유수 언론들이 방탄소년단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해하지 않았고, 새로이 등장한 스타들의 탄생을 축하해 주었다.

RM, 진, 슈가, 지민, 정국, 제이홉, 뷔.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한 일곱 명의 별 들...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는 영웅들이다.


그리고,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더욱 빛나게 했던 또 다른  문화영웅들이 있었다.

They are heroes, too.


무대가 열리기도 전에 무대 소품들을 준비하며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미 무대를 장악하기 시작하는 이들, 공연 중간중간 방탄소년단들을 서포터 해야 하는 무명의 댄서들. 현지에서 섭외된 댄서들도 있었지만 한국을 출발하며 동행했던 댄서들이 있었다. 분명 이들도 월드투어의 또 다른 영웅들이고 스타들이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더 짙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파리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모여서 찍은 평범한 기념사진들에는 왠지 모를 아우라가 있다.

댄서들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진이 빠진 듯한 모습도 보인다. 아무도 그들에게 주목해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바로 방탄소년단이 노래한 '페르소나',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가면뿐인지도 모르겠다.


세계의 언론도 팬들도 여론도, 심지어 팬클럽 '아미'들에게 감사와 애정의 인사를 보내는 스타들도 공연 내내 함께 했던 댄서들의 노고를 드러내서 위무해주지 않았다. 물론 댄서는 직업이니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급되는 적절한 보상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바닥의 시스템은 뭐 대충 그렇고 그렇다. 하루 이틀에 뚝딱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녀석들도 투어 출발 서너 달 전부터 밤을 새워 가며 안무 준비와 댄스 연습에 혼신을 다했을 아이들이다.

이 나라 저 나라를 이동할 때는 전용기나 비즈니스석보다는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퉁퉁 분 종아리를 오그려 자야 했을 것이며 무대가 끝난 뒤 스타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받고 있을 때 누구보다 빨리 돌아나가 무대 소품들을 챙겨야 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불공정하다거나 불공평하다는 것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전용기를 이용할 자격이 차고 넘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 또한 충분하다.
다만, 아름다운 열매가 맺으려면 냄새나는 거름도 필요하고, 1등이 지나갈 때 손뼉 쳐 줄 2등과 3등은 그 나름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이 있으며, 그들의 수고로움도 충분히 칭찬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초점이다.


인간군상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상에게만 집중한다. 방탄소년단도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 모두가 페르소나 뒤에 숨은 참모습을 발견하라고 노래했다. 빛나지 않는 영웅들에게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이 준비된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아실현을 위해 더욱 자유로운 영혼을 갖게 될 것이다.

헝클어지고 피곤에 쩐 모습의 댄서였지만 개인적인 sns에서는 웃음이 참 멋진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청년이다.
그 미소년 몫으로 준비된 spot light는 없지만 그도 또한 K-POP을 세계에 알린 월드 스타디움 투어의 숨은 영웅이다.

인스타캡쳐


어찌 땀의 무게가 다르겠는가...
They are heroes, too.

인스타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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