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명제를 접했을 때 소년은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들켜버렸다. 외계 소년이 이 단순한 명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거의 십 년쯤이 걸린 것 같다(사실은 반 백을 넘어선 지금도 수학은 여전히 난해하다)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웠냐 하면 시작 부분 즉, x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하고 많은 알파벳 중에 하필이면 x를 선택했을까? x와 y가 결합했는데 xy가 되질 않고 왜 z가 될까? 도대체 자연 시간에 배웠던 ABO 혈액형의 논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정체불명의 x가 불러온 참사의 시작이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니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선생님께 허락을 얻어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왜 하필 x를 쓴 건가요? a나 b가 앞에 있으니 더 쓰기 좋았을 텐데요?"
산수와 관련한 거창한 질문을 대비했던 당시 선생님은 황당한 질문에 분노하신 것인지 소년에게 분필을 던지셨다.
"교사생활 20년에 그런 질문을 한건 네가 처음이다. 너 다른 별에서 왔니?"
이내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본의 아니게 엄숙했던 산수 수업을 방해한 별종이 되었다. 우습게도 그 질문의 대답은 학부 시절 수강했던 사회철학 시간에 담당 교수님께 듣게 되었다. 오늘 얘기는 이것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니 다음 재담꺼리로 남겨 두자. 유명 예능과 영화 덕분에 x는 x 그 자체로 충분히 x스러우니 말이다.
사실 그즈음 별에서 온 소년이 궁금했던 또 하나가 토란잎과 연꽃잎이었다.
도무지 물이 묻지 않는 잎이 어떻게 지구 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그것도 내 집 마당에 떡하니 자라고 있다니.
아무리 물뿌리개로 물을 부어도 토란잎에는 물이 묻지 않았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서 뿌려보기도 했고, 빨간 바가지 가득 물을 떠서 한꺼번에 퍼부어 보기도 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날라 담가 보기도 했지만, 별에서 온 소년의 낑낑댐은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했다.
이것도 좀 더 나중에 그 원리를 이해하긴 하였지만, '별에서 온 그대'였던 별종 소년에게 있어 지구라는 별에는 신기한 현상이 무궁무진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경남 함안에 자리 잡은 연꽃테마파크에서 잠시 눈요기를 하였다. 마침 연잎 위에 커다란 수정처럼 자리 잡은 물방울을 보니 외계 소년이라는 정체가 발각당했던 어릴 적 일이 생각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잠시이리저리 잎을 기울여 보았는데 여전히 아롱아롱한 형태를 곧잘 유지한다. 하루 종일 또르륵 또르륵 굴러다니는 물방울들을 보며 '방울 멍'을 하라고 한다 해도 쉬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700년 만에 서울로 시집간 <아라홍련> 얘기를 적어 두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외계인 자술서가 되어버렸다. 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수업시간에 주의가 산만함"이라고 캐치하고, 유려한 필체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해두신 초등 담임 선생님의 판단은 아주 정확하셨다.
반 백을 넘어선 아재가 꽃 이야기를 적는 것이 낯 간지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다음 페이지에는 꽃 이야기를 적어두어야겠다.
화려한 꽃늪 속에서 나처럼 오후의 휴식을 즐기던 잠자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그대도 별에서 온 외계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