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술은 무엇을 남기는가.
수많은 재료와 기법이 있다. 화려한 사조가 지나가고, 혁신의 언어들이 쌓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 뒤에서 예술이 끝내 붙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오랜 시간 작품 앞에 서면서, 전시장을 거닐면서,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 했다.
돌아보니 남는 것은 사랑이었다.
기억을 품는 사랑. 사람을 바라보는 사랑. 스스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군가를, 무언가를, 혹은 자신을 향한 마음. 그것이 붓 끝에서 흔들리는 선 하나를 만들고, 종이 위에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물론 예술이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노도 있고, 저항도 있고, 냉철한 관찰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바닥에는 여전히 무언가를 향한 마음이 있지 않았나. 분노조차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의 다른 얼굴이고, 저항 역시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애정에서 나온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나온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의 잔향이다. 이미 떠난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힘이고, 지금 살아 있는 우리를 서로에게 묶어두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우리가 다시 그림 앞에, 음악 앞에, 문장 앞에 서는 이유는 그래서다.
예술은 묻는다. “너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사랑입니다. 여전히,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