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이 없어도 남아 있는 이유
아마 수년 후에는
미술학원이라는 형태의 공간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교육 환경의 변화,
그리고 사회 전반의 압박 속에서
이 일은 점점 지속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미술학원은
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월세, 인건비,
해마다 오르는 재료비와 관리비,
4대 보험과 각종 세금까지 감당하고 나면
열심히 운영할수록
남는 것이 거의 없는,
때로는 적자를 전제로 버텨야 하는 구조입니다.
아이 한 명을 책임지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생각하면
이 일은 애초에
수지타산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미술이 사라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공간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시간들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잘 그리는 법을 배우기 전의 시간,
비교되지 않고
자기 속도로 머물 수 있는 시간,
말 대신 그림으로
자기 마음을 건네볼 수 있는 시간.
미술학원이 없어져도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만,
그 시간까지 없어져도 괜찮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효율적이지 않은 구조 안에
의도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지켜야 할 장면들이
아직 제 눈앞에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