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함박스테이크 맛집 - 함박식당
'고엔' 이라는 식당을 알게된 것이 아마 2009년 쯤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당시만해도 합정역 5번출구에서 피카소거리 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직 HOT하지 않았고 HIP한 정도 거리였다. 그 길에서 아주 조금 안 쪽으로 들어가면 위치했던 교자가게였다.
마늘교자 세트는 마늘교자 5개와 숙주볶음, 그리고 생맥주 한잔을 주었다.
나는 고엔에서 교자를 처음 먹어보았고 그 이후로 교자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고엔이 사라졌다.
그날부터 나의 교자방황이 시작되었다.
흡사 미용실 선생님이 다른 지점으로 발령나거나
원장과 싸워서 아예 다른 브랜드 미용실로 사라져버렸을 때
그 때의 황망함이었다.
나는 꽤나 많은 이자카야를 돌아보았고, 이태원의 쟈니덤플링도 찾아가봤지만
고엔의 교자맛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고엔도 잊어갔고
교자도 잊어가고 있었다.
2015년,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홍대에서 밥 어디서 먹을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당이 함박스테이크를 파는 '함박식당'이 되어있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초딩입맛인 내 기호에도 맞고
위치나 내부분위기, 메뉴의 특성과 가격까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식당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내가 올린 함박스테이크 사진에 like를 찍은 사람의 계정을 찾아갔다가 함박식당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follow하게 되었다. 그 분은 하루에 한번 정도 가게와 알바생들과의 일상을 사진으로 올렸고 나는 좋아하는 식당의 계정이니 like도 많이 찍고 댓글도 주고 받곤 했다.
그러던 또 어느날,
내가 그토록 찾았던 '고엔'을 함박식당 주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순간 나는 머리가 띵했다.
'아 맞아. 고엔이 있던 곳은 아마 반지하층이었고 함박식당은 같은 건물 2층이었던 것 같아...'
그날 이후로 함박식당 사장님께 졸랐다.
교자를 구워달라고.
그렇게 함박식당은 매주 수요일, 금요일 저녁 10시부터
교자를 굽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들과 한달에 한번은 꼭 금요일에 찾아가
교자를 먹었다.
교자를 몇판을 먹었는지 모른다.
사장님은 교자 뿐 아니라 해줄 수 있는 모든 메뉴를 다 만들어주셨다.
실존하는 '심야식당'이었다.
교자의 가격은 메뉴판에 없었다.
너무 적게 받으시길래 몇번은 돈을 그냥 두고 나오기도 했다.
매번 고사하셨지만 우리에게는 이보다 훌륭한 식당이 없기에
그런 경험을 내 인생에서 또 할 수 있을까 싶었기에
나는 함박식당을 정말 사랑했다.
어느날.
사장님이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였던 걸로 나는 기억한다.
그런 이유로 '다시는 홍대에서 가게 안한다'라고 하셨던 것 같다.
어쩌면 다시는 식당을 안 할 수도 있다고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갑자기
식당은 사라졌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사라졌다.
전화번호도 받았었는데 문자에 답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식당은 그렇게 사라졌다.
교자사진이 없다.
휴 ...
함박스테이크 이야기가 빠졌는데,
이 집의 함박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육즙과 데미그라스 소스가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