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땅 속 어둠에서
희미한 빛을 향해 솟아나온 작은 물방울
처음 만난 세상이 아름다워.
신이 나서 데구르르 춤을 추고,
졸졸졸졸 노래하네.
작은 토끼 입가에 앉아 쉬다
귀여운 토끼가 되었네.
더 넓은 세상 볼 수 있어,
하얀 몸 높이 높이 깡총깡총
호랑이가 어흥 하니, 이제는 호랑이가 되었네.
이 산 저 산 뛰어 넘고, 우렁차게 호령하며,
우리 산을 지키다가,
땅 위에 편안히 누워 잠들었네.
물방울은 뿌리를 만나 그 안으로 스며드니,
풀밭의 어여쁜 들꽃이라.
꽃이 지고, 다시 피고.
풀이 되고, 풀이 지고, 또 다시 꽃이 되고,
풀이 되었다가, 애벌레 되고, 나비가 되었네.
다시 풀이 되고, 사슴 되고, 여우, 너구리, 오소리 또 토끼,
그리고 이번엔 똥?
다시 새로운 싹.
이제 천천히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잠시 쉬다보니,
어느새 한 그루 나무가 되어있네.
새빨간 열매 맺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어여쁜 작은 손이 다가와
예쁜 입술로 데려가네.
그리고 소녀가 되어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 어둠에서
저 희미한 빛을 향해 다시 나아가니.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되었다네.
잠깐, 내 옆의 이 친구는
그 때 나와 같이 날던
노랑나비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