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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리 Nov 30. 2023

물방울의 여행

깊은 땅 속 어둠에서

희미한 빛을 향해 솟아나온 작은 물방울

처음 만난 세상이 아름다워.     


신이 나서 데구르르 춤을 추고,

졸졸졸졸 노래하네.     


작은 토끼 입가에 앉아 쉬다

귀여운 토끼가 되었네.

더 넓은 세상 볼 수 있어,

하얀 몸 높이 높이 깡총깡총     


호랑이가 어흥 하니, 이제는 호랑이가 되었네.

이 산 저 산 뛰어 넘고, 우렁차게 호령하며,

우리 산을 지키다가,

땅 위에 편안히 누워 잠들었네.     


물방울은 뿌리를 만나 그 안으로 스며드니,

풀밭의 어여쁜 들꽃이라.

꽃이 지고, 다시 피고.     


풀이 되고, 풀이 지고, 또 다시 꽃이 되고,

풀이 되었다가, 애벌레 되고, 나비가 되었네.

다시 풀이 되고, 사슴 되고, 여우, 너구리, 오소리 또 토끼,

그리고 이번엔 똥?

다시 새로운 싹.     


이제 천천히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잠시 쉬다보니,

어느새 한 그루 나무가 되어있네.     


새빨간 열매 맺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어여쁜 작은 손이 다가와

예쁜 입술로 데려가네.     


그리고 소녀가 되어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 어둠에서

저 희미한 빛을 향해 다시 나아가니.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되었다네.               


잠깐, 내 옆의 이 친구는

그 때 나와 같이 날던

노랑나비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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