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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리 Nov 30. 2023

물과 고독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생각이 물을 거슬러 흐른다.

     

강에서 왔나,

구름에서 왔나,

빙하에서 왔나.     


누군가 흥과 욕에 겨워 마신

초라한 술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내를 영원토록 침잠시킨

냉혹(冷酷)의 쓰나미였을지도 모른다.     


발가벗고 피 흘리는 아이의

찌그러진 깡통 속 뜨스한 보리죽이었는지도 모른다.     


총알에 뚫린 가슴을 보고 울던

앳된 병사의 서글픈 눈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의 독배

원시인의 머리를 적신 빗방울

탄생의 순간에 함께 한 피 한 방울     


그 순환 속에서,

만류 인력이 끌어당긴 우주의 얼음덩이.     


고독의 무한에 빠져 있는 모든 것이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너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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