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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리 Dec 19. 2023

달님은 본다

달님은 보았지.

태고의 동굴 앞 불 앞에서

춤추며 같이 놀던 아이들을.


달님은 보았지.

가장 높은 산꼭대기

고요하게 내려앉은 눈의 반짝임을.


달님은 보았지.

어느 초원에 누워

양들과 함께 꿈꾸던 소년  얼굴.


달님은 보았지.

집집마다 작은 불빛들이

하늘의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 그때를.


달님은 보았지.

차가운 물그릇 앞에 두고,

두 손 모아 기원하는 소박한 어머니를.


달님은 보았지.

눈 싸인 참호 속에 기대어

깊은 잠에 들어버린 가여운 소년 눈물.


달님은 보았지.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자기 얼굴에   그때를.


달님은 보았지.

자기보다 환한 도시에서

꿈같은 불꽃놀이에 환히 웃는 아이들을.


달님은 같은 날 보았지,

파랗게 질린 얼굴로.

활활 불타는 도시,

비처럼 쏟아지는 죽음의 불꽃 속 아이들을.


달님은 창백한 얼굴,

그리움에 아쉬운 얼굴.

동굴 앞 불 앞에서 춤추던 그때,

바로 그때,

너희는 모두 거기 있었데.


그래도...


달님은 보고 있지.

모아 쥔 작은 손 기도하며

어딘가에서 미소 짓는 모든 아이들을.


오늘도 달님은 우리를 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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