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바꾸면서
<전화기>
“대단하군요. 아직도 이런 골동품을 사용하고 계시다니?”
“이제 겨우 5년 되었는데 골동품이라뇨?”
휴대 전화기가 고장이 나서 매장에 방문했는데 직원이 놀라더군요.
이게 어디서 만든 어떤 모델이냐고 묻는데, 당황한 건 저였습니다.
저는 물건을 굉장히 아껴 씁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저절로 고장이 나 멈추지 않는 이상은
그러려니 하면서 사용을 합니다.
인터넷 속도가 최우선이라는데 저는 그런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느린 만큼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국산 휴대전화기는 배터리 수명 한계가 뚜렷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지금 미국에서 만든 사과 패드 제품을 사용 중인데,
7년이 다 되었는데도 배터리도 짱짱하고 고장 하나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의 비결이지요.
과연 사과구나 싶었습니다.
사과는 어느 회사를 지칭하는지 다들 아시죠?
“여보, 나 이번에 어른-폰 말고 아이-폰 살래.”
우스갯소리로 건넨 말이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L사 제품은 10년이 넘도록 사용해 봤으니
이젠 다른 회사 제품이 사용하고 싶더군요.
S사 신제품도 한창 홍보 중이던데, 저를 유혹하지는 못했습니다.
“할인이다 뭐다, 다른 건 복잡한데, 아이-폰은 요금제가 간단하네.”
그러고는 조금 망설이는 아내였습니다.
아마 할인 때문에 그런가 싶었습니다.
“가격이 비슷비슷하니까 그렇게 해, 자기가 좋음 됐지 뭐.”
마침내 5년 동안 정들었던 구형 휴대 전화기와 이별하고
지금은 새로운 전화기를 사용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별이 아쉬운 걸까요?
여전히 구형 휴대 전화기를 책상 앞에 두고 여러 가지로 활용 중입니다.
전화 기능은 사라졌지만 커뮤니티 기능은 여전하니까요.
전화기를 바꾸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어릴 적
문명의 혜택이 많지 않았을 무렵,
그때는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차례가 되어서 겨우 번호를 눌렀는데,
상대방이 받지를 않았을 때 느끼던 허무함……
그런 시절도 있었죠.
불편함도 시간의 더께를 씌우니 정겹습니다.
그 옛날 추억의 향기로 마음이 은은해지는 것을 느끼니까요.
전화기 하나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을 했던 하루였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