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공간
<서재>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 문학 전집 사줄게.”
“아냐,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돼.”
“사 두면 읽을 거 아냐?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마다.”
“그렇긴 하지. 한번 읽고 그냥 꽂아두는 일은 잘 없으니까.”
아내는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모습을 보면
항상 문학 전집은 꼭 사줘야겠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하기는 했는데
이런 제 마음을 알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제 그만. 나가주세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될까요?”
“늦었어요. 내일 다시 만나요.”
책장과 제가 나눈 대화를 상상해 봤습니다.
‘작가의 공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이 있는데,
제 개인적인 서재이며 저 만의 창작 공장입니다.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떠날 때마다 누군가가 저를 보는 듯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밤이 늦어 잠자리에 들라치면
언제나 제 뒤로 책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네요.
몇 번 밝힌 바 있지만,
저는 주로 소파에서 책을 읽습니다.
아내가 곁에 있어야 책도 잘 읽히거든요.
그러면서도 자주 들락거리는 공간이 바로 서재입니다.
저의 하루는 서재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 합니다.
평일 오전, 아내가 출근을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그 모습을 보며 손 흔들며 배웅하고, 돌아서면 서재로 향합니다.
오전 내내 글을 읽고 쓰기 위함이지요.
서재로 와서 책장 사이에 놓인 책들을 죽 훑어봅니다.
오랜 습관이며 저 만의 아침 인사입니다.
그러고 나면 그날 아침의 느낌을 부여잡고 한 단어를 떠올립니다.
오늘의 단어는 ‘서재’입니다.
“이번에는 나를 좀 꺼내주면 안 될까요?”
“어, 오늘은 만나야 할 책이 따로 있어서 안 돼. 다음에 꺼내줄게.”
매일 이렇게 책들이 유혹하는데 뿌리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제 서재에 놓인 책들은 적어도 한 번은 제 손을 거쳤고
많으면 두 번, 세 번씩 다시 제 손에 들려집니다.
글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정독을 하는 타입이라서
허투루 읽고 꽂아두지 않네요.
작가의 숨결, 글자에 피어나는 열정, 시간의 힘을 등에 업은 경험,
이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며 맞이하는 서재의 아침,
책 속에 놓인 글을 읽고, 저 만의 글을 쓰면서 잠시 물어봅니다.
“매일 설레는 아침, 당신 만의 서재는 어디에 있나요?”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