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비롯된 모든 시간과 사람들
본능 같습니다.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고
자라난 곳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것은.
우리 사는 세상이
팍팍하면 할수록 따스한 곳이 그리워지네요.
고향
그곳에서 비롯된 모든 시간과 사람들이.
<고향>
“실례지만 고향이 어디죠?”
“대구입니다.”
“대구 사투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한때는 사투리를 고쳐보기 위해 큰 노력을 했습니다.
영어를 말함에 있어서 경상도 억양은 정말 도움이 안 되더군요.
되도록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색한 억양의 말투가 되곤 했습니다.
저는 잘 못 느꼈지만 듣는 이는 그런 제 모습이 어색했나 봅니다.
그럴 때마다 만나는 분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더군요.
분명히 경상도 말인데 무언가 이상하다면서.
“제 말투가 많이 어색한가요?”
“네, 이런저런 억양이 많이 섞인 것 같아요.”
이것도 지역적인 특성인가 봅니다.
제가 15년이 넘게 머물렀던 구미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섞인 도시
그런 도시가 바로 구미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 경상도 사람들이긴 합니다만.
낯선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갑죠.
마치 타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서울 여행을 가서도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지나치다가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면 반가웠던.
2019년 추석은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익선동, 대학로, 인사동, 북촌 한옥 마을은 고즈넉한 동네더군요.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지나가면서 조선의 화려한 시절을 상상해보고
광화문에 들러서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 대왕 동상을 보면서 감사했죠.
오래된 건물들과 마주해서일까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 곳과는 별개로 한옥 마을과 고궁 곁을 거닐면서
아주 먼 곳에 있는 고향이 떠오르더군요.
한옥 마을에서 보이던 아기자기한 담장과 나무 향기가 나는 집들.
그 사이로 사람 두어 명이 다닐 수 있는 길
이런 풍경 속에서 고향을 떠올리다니 주책이죠.
사실 고향 마을에는 한옥이 귀합니다.
대부분 신식 슬레이트 지붕이나 양옥이죠.
몇 안 되던 한옥도 신식으로 고쳐서 이젠 옛 모습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고향이 떠올랐을까요?
조심스레 숨겨두었던 속 이야기를 들려드리자면
그것은 다름 아닌,
이런 구경거리를 함께 하지 못한 소중한 가족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 좋은 구경거리를 보면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죠.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이.
오랜 가옥을 거닐며 손끝에 스치던 지난 시간의 아련함.
그 좋은 구경거리를 함께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더군요.
그리고 그리웠습니다.
고향.
그곳에서 비롯된 모든 시간과 사람들이.
- The 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