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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Jun 10. 2020

잼의 계절, 잼의 시간

잼은 우리들이 아침에 만나는 티라미슈 같은 선물이다

이른 무더위가 왔다. 한여름에도 냉방이 없는 한민시장 과일가게들의 매대에 올해도 작고 못난 늦 딸기들이 등장했다. 다시 잼을 위한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잼 장인들이 과일가게 앞 늦딸기 주문 대열 서계신 모습을 보니, 잼을 한 번도 안 만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만들어 본 사람은 없을 듯하다. 


“복숭아잼 ㅎㅎ.. 스텝 바이 스텝, 향기로움..그치만 내겐 고난의 시간, 아픈 손가락 ?!” “왜냐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과정이라 ㅋㅋ”


직접 재배한 복숭아로 만든 수제 잼을 매년 주변에게 함께 나누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잼이 설탕만 살짝 뿌리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정성과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인 듯하다. 그래서 수제잼들은 정이 많이 느껴지는 손편지 선물을 받은 듯한 푸근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 매년 잼의 계절 여름이 다시 오면, 수제 잼 선물을 했줬던 지인과 친구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잼은 주로 과일이 주인공이지만,  요즘엔 얼그레이 어린 찻잎과 우유+생크림이 어우러진 '얼그레이 밀크 잼'도 트렌디하다. @대전 성심당 복합플레이스(용문역 4번 출구, 롯데百)


잼은 우리들이 아침에 만나는 티라미슈 같다. 빵이 아침에 어울리듯 잼도 아침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고, 맛난 버터와 잼만 있으면 빵의 풍미가 신데렐라처럼 변신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으로 만났던 맛 나고 다양한 잼들에 대한 기억들 안에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에서 누렸던 행복했던 여행지 숙소에서의 아침들이 선명하게 들어있다. “우와~~ 이건 뭔지?” “맛나네!! ^^” 


코로나로 먼 곳의 여행 대신 다시 가끔 찾게 되는 캠핑장의 아침 테이블에도 여행지에서처럼 빵이 오르고 잼도 역시 같이 오른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 여행지의 잼이 레게 음악과 같았다면, 요즘에 캠핑장 아침의 잼은 바흐의 음악(Cello Suite No.1)에 가깝다. 잼은 같은 잼이고 분명 달달한데 조금 무겁다. 그 무거움에 대해 예전보다 더 파래진 하늘과 더 깨끗해진 공기를 보고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들만 잘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래도, 잼이 그 무거운 생각 끝에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티라미슈처럼 ~ 


Summer Jam이라는 이름으로 노래가 만들어지고 같은 이름의 음악축제가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 열린다. 잼의 계절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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