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길이 시작된 문에서부터.."
“존맛탱이겠당ㅋ”, “이게 정답이네”,
“아 다음에 대전 꼭 가자,” “대전 가야 됨”.
“짱 맛있어요” “성심당 역대급 미친 녀석ㅋ”..
10월 초 세상에 나온 ‘초코 튀소’에 대한 인스타그램의 댓글들이다. 서울에 사는 자칭 ‘빵보’라는 50대 지인 한분은 “겉에 초코가 바삭하더군요 그래서 좋았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보내주셨다. 물론 ‘원조 튀소’가 최고라는 반응도 꽤 많다.
2020년 올해는 튀소(튀김소보로의 애칭)가 세상에 나온지 40년이 된 해이다. 튀소는 '뉴욕=베이글'이나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 앞 컵케이크'처럼 ‘튀소=대전’를 떠올리게 하는 빵이 되었다. 강산이 4번 바뀔만한 긴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입지를 갖게 된 것이다.
“진짜 사자마자 먹은 튀김소보로 맛 못 잊음 ㅠ”
40년 전 튀소도 그런 고객들의 성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 튀소는 “단팥빵의 달콤함, 소보로의 고소함, 도넛의 바삭함을 더하고 거기에 초콜릿까지 입힌다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출발선이었다.
수차례 실험 끝에 마침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빵을 만들어 마침내 신제품 첫 선을 보이게 되었는데, 도넛의 바삭함을 위해 튀겨낸 뒤 미처 초콜릿 시럽을 입히기도 전에 튀소가 다 팔려나갔다고 한다. 고객들이 보는 눈앞에서 투명하게 빵을 만들겠다는 착한 생각이 ‘원조 튀소’의 탄생을 만든 것이다.
의도치않게 실수로 세상에 나온 음식은 많다. 반죽을 오븐에 넣어둔 채 잠이 든 한 빵집 직원이 두 번 굽게 되면서 만들어진 프레첼 과자, 견습생이 실수로 초콜릿이 담긴 그릇에 우유를 쏟아 만들어진 초콜릿 크림 가나슈(ganache)가 그런 것들이다.
가나슈는 원래 프랑스어로 ‘멍청이’, ‘바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바보 같은 짓은 일본으로 건너가 홋카이도産 우유로 만든 로이스(Royce) 명품 生초콜릿과 ‘하얀 연인’란 이름의 화이트 초콜릿 쿠키로 완성되기도 했다.
튀김소보로는 1980년 5월 20일에 태어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늘날의 성심당을 있게 한 1등 공신이다. 1980년경 제과점의 빵은 단팥빵, 크림빵, 소보루, 도넛, 맘모스빵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 때 “단팥빵의 달콤함, 소보로의 고소함, 도넛의 바삭함을 더하고 거기에 초콜릿까지 입힌다면 어떨까?”란 바보짓이 오늘의 ‘원조 튀소’를 만들었고, “지금 미완의 튀소에 초콜릿을 입혀보면 어떨까?” 하는 또 다른 바보짓이 다시 막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바보짓에 대한 첫 반응도 꽤 괜찮다고 한다.
스타트업계의 필독서 중 하나인 「Zero to One」에는 "사람들은 왜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서지 않는가"에 대한 언급이 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저자는 "위험회피, 무사안일 등이 그 이유이며, '숨겨진 비밀을 찾아다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있는 기회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단팥빵의 달콤함, 소보로의 고소함, 도넛의 바삭함을 더하고 거기에 초콜릿까지 입힌다면 어떨까?”.. 안주하지 않고 비밀을 찾아 나섰던 한 청년의 바보짓, 그리고 다시 "40년 전 원래 아이디어대로 초코를 입혀보면 어떻까?" 하며 한번더 비밀을 찾아 나서는 튀소할배의 바보짓..‘원조 튀소’와 ‘초코 튀소’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소설 원작자 작가 톨킨(Tolkin), 그가 책에 쓴 것처럼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길이 시작된 문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