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매년 거르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 있다. 새 달력이 나오면 즐겁게 날짜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작은 도시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과학강연 봉사 ‘#10월의하늘’. 11년째 참여다. 올해는 목포의 어린이도서관으로 다녀왔는데, 코로나 19로 루틴이 지난 10년과는 좀 달라졌다. 별다방 드라이브 스루(DT)에 들러 출발 전 커피를 충전했고, 먹거리도 현지에서 주로 테이크아웃으로 해결했다. 드디어 강연. 그런데 강연장이 조용하다. 강연은 도서관에서 직접 하지만 줌(Zoom) 강연이기 때문이다.
강연 시작. 시작하자마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머피의 법칙'은 언제나 작동하는 듯싶다. 기술적 오류를 방지해보려고 1시간 전에 미리 강연장에 도착했고, 준비하시는 진행 봉사자분은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모두의 표정은 밝다. 강연자도 진행자도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도 듣는 아이들도 모두 행복하다. 우리가 왜 모였는지 줌(Zoom)으로도 ‘생각’과 ‘마음’은 다 전해지기 때문이다.
‘#10월의하늘’은 11년 전 한 유명 과학자가 올린 한 줄 트위터 제안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매년 이어가는 유쾌하고 이상한(?) 작당모의 행사다. 참여자들은 아무 보상이 없는 로컬의 작은 도시 도서관까지 자비로 가서 온전히 하루를 내어주어야 한다.
작은 도시 아이들이 가진 꿈을 응원하자는 뜻이 좋아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턴 나의 나라 곳곳의 속살을 속속들이 알아가는 나만의 작은 즐거움이 더해졌다. 하동, 장흥, 순천, 광양 같은 남도의 여러 곳을 그렇게 다녀볼 수 있었고, 섬진강과 지리산, 다산초당과 강진의 청자를 접할 수 있었다. 목포가 마카오 같은 레트로 DNA 매력을 가졌다는 것도 ‘#10월의하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매년 작은 도시를 다녀오며 돌아오는 길에 내리는 나의 결론은 언제나 같다. “로컬은 우리의 숨 쉴 구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