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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Nov 03. 2020

오마주 to 부추빵 : 든든함의 대명사

어느새 비대면 일처리가 자연스러워졌다. 다른 도시에 있는 분들이 “한번 뵈어요”란 말을 꺼내면 “줌(Zoom)으로 말씀이죠?”란 대답이 툭 먼저 나온다. 요즘은 다들 그럴듯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식사하셨어요?”란 말을 해본 지도 꽤 되어가는 듯하다. 


“식사하셨어요?”는 의례적이지만 정을 나누는 일상의 인사말이다. 예전에 오전 시간대의 수도권 쪽 출장지에서 이 인사말을 주로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아~네. 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KTX 출발 전 대전역에서 든든한 부추빵을 아침으로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전 성심당의 판타롱 부추빵은 1986년 세상에 나왔다. 부추가 들어간 스크램블 애그 같은 속이 꽉~차있다.


일을 위해 길을 나서는 사람에게  ‘든든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중요한 요소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당연 따끈한 국밥이 먼저였겠으나, 열차 안 아침 해결이었기에 다른 선택지가 필요했었다. 속이 꽉 찬 부추빵만 보였다. 


그런데, 빵속에 만두소 같은 햄과 부추를 넣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만두피 대신 빵 반죽을 덮고 찜통 대신 오븐에 구울 생각을 왜 했을까? 분명 이유가 있겠다만 어떤 필요에서든 ‘저스트 두 잇’ 한 게 멋지다. 부추빵은 늘 맛있고 멋있는 경험이다.


빵속에 별걸 다 넣은 빵집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부추빵을 한국사람만 먹는 게 아니었다. 우리 부추빵의 레시피와는 조금 다르지만 치즈와 궁합을 맞춘 ‘cheese & chive bread’가 서양에 있다. 혹자는 그런 서양 스타일의 부추빵을 두고 ‘프렌치 소울을 가진 아메리칸 브레드’라고 말한다. 깊은 맛이 있는 든든함을 가졌다는 얘기일 듯하다. 영문판 동의보감으로 공부한 건지 뭔지, 든든함이 좋은 건 다들 알아가지고..


부추빵은 올해로 탄생 40년을 맞은 튀김소보로보다 6년 늦게 나왔다. 부추빵이 처음 나왔던 1986년에는 각진 모양의 그랜저도 함께 세상에 나왔다. LP판으로 녹음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대였다. LP의 자리를 CD와 디지털 음원이 그리고 다시 스트리밍이 대신하는 동안, 부추빵은 리메이크 없이도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더 오래오래 일을 위해 길을 나서는 우리의 속을 든든하게 해 주면 좋겠다. 


근데, 다들 부추빵보다 튀김소보로가 더 맛있다고는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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