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알던 '웰빙과일'이 MZ세대의 인스타그래머블 푸드'로
8년 전 전남 장흥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매년 가을에 남도의 작은 도시들에서 열리는 공공도서관 강연 봉사에 참여하는데, 2012년도가 마침 머나먼 장흥이었다.
땅끝 마을 해남이 바로 장흥 옆이라는 도서관 관장님 말씀에 예정에 없던 일정을 늘려 인근의 해남과 강진을 돌아봤다. 그곳의 강렬한 가을 햇볕과 기분 좋은 해풍을 맞으며 뭔가 충만해졌던 기분은 아득하지만 지금까지도 비교적 뚜렷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2020년. 코로나 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이 어려워지게 되니, 지도를 펴놓고 국내의 인적드문 곳을 찾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지리산이 있는 구례와 바다가 있는 변산을 다녀오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덧 발걸음이 서남쪽의 땅끝 증도를 향하고 있었다.
8월 한여름이었다. 복분자로 유명한 고창을 지나니 갑자기 무화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광을 지나고 함평에 이어 무안과 신안, 그리고 영암에 이르기까지 온통 무화과 일색이다. 예전에 장흥과 해남에서 만났던 그 강렬한 햇볕과 기분 좋은 해풍이 이곳에도 있었다. 그런 서남해의 풍부한 일조량에 해풍이 더해져 광활한 지역의 '무화과 벨트'를 이루게 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 많은 무화과를 대체 어디에서 누가 다 소비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무화과를 ‘여왕의 과일’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무화과가 클레오파트라가 즐겼던 음식 중에는 높은 순위로 포함되기도 했고, 피부미인과 모발 미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찐~ 뷰티푸드이다.
게다가, 무화과가 고혈압과 골다공증 위험을 낮춰주고 체중관리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여러 증상에 좋은 약재로 소개되어 있다. 변비와 중년 여성들의 갱년기에 좋다고도 알려져 최근에는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기다. 무화과가 팔방미인형 찐 웰빙푸드라는 얘기다.
그런 이유들로 사람들은 무화과×호두, 무화×치즈같은 오랜 시간 검증된 정통 레시피의 빵과 샐러드로 무화과를 즐겨왔다. 그런데 요즘은 무화과를 얹은 타르트와 케익이 '#예쁜데맛있기까지한' 인스타그램의 인기 템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무화과를 소재로 한 수채화나 드로잉들을 MZ세대의 SNS에서 어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화과가 찍혀야 사는 시대의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푸드로 힘을 좀 받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서남해의 강렬하고 풍부한 햇볕과 기분 좋~은 청정 해풍이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화과처럼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식물들에게도 특별히 더 충만한 기운을 채워주기 때문인 듯하다.
12월, 겨울이 다시 왔다. 무화과 생과 수확 시즌이 끝났음을 뜻한다. 하지만, 무화과는 잼으로 말린 과일로 저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즐길 수 있다. 다행이다.
혹시 확찐자가 된 듯해 내 기분이 좀 그렇다면, 혹시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내 피부가 왠지 예전 같지 않다면, 혹시 비주얼맛집 내 인스타그램에 올릴 예쁜 사진이나 그림이 필요하다면 무화과의 매직을 한번 주문해 불러내 보자.
수리수리~ 무화과!! 얌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