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을 안심하고 나려면 무언가 더 필요할 듯하다.
한동안 여름이 아닌 겨울을 택해 휴가를 갔다. 친지들이 사는 남반구였다. 남위 37도 그곳엔 12월 초부터 포후투카와(Pohutukawa)라는 나무에 여름(?)을 알리는 빨간 꽃들이 만개해 거리를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만든다.
첫겨울 휴가 방문 때 아무 생각 없이 슈톨렌을 사들고 갔는데 마침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때라서인지 친지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다음 해 겨울에도 그다음 해에도 슈톨렌을 챙겨 갔고, 친지들은 언제나 슈톨렌을 환영했다.
“흐음♬~ 도대체 이 맛난 빵을 누가 만들었을까?”
슈톨렌 원조는 독일이라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그냥 슈톨렌이 아닌 ‘크리스마스 슈톨렌’이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매주말마다 가족들이 슈톨렌을 한 조각씩 나누는 풍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슈톨렌은 크리스마스와 뗄 수 없는 식품인 것이다.
내가 슈톨렌을 처음 맛본 건 10여 년 전 오후 4시면 이미 날이 컴컴해지고 거리가 적막해지는 12월 초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였다. 외지에서 다소 움츠러들었던 출장자의 몸과 마음은 슈톨렌이란 이름의 계피향 강한 달달한 파운드 케익이 단박에 뎁혀버렸다.
코로나 19로 올 12월은 조금 더 춥게 느껴진다. 이 겨울을 안심하고 나려면 무언가 더 필요할 듯하다.
북위 51도 슈톨렌 원조 도시 사람들과 북위 48도 비엔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추운 겨울나기를 시작하며 가족들과 나누고 친구들에게 선물했던 그 슈톨렌이 필요할 듯하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 슈톨렌이 필요하다.
*덧 ㅋ : “명색이 '양 사나이'라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자네도 알 텐데”
*무라카미 하루키,'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