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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Jan 05. 2021

‘자유, 평등, 까망베르’

- 까망베르, 너 가장 프랑스다운 치즈였구나

□ 어린 시절에 처음 접했던 치즈는 네모였다. ‘미제(made in US)=고급’ 이란 인식이 보통이던 시절이었고, 꾸리꾸리 한 묘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의 나라 본산지(?)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 만난 치즈도 여전히 네모였다. 햄버거와 함께 였던 그 네모 치즈의 나라가 더 궁금했었다.


△ 직장인이 되어서야 세모 치즈를 만났다. 에어프랑스 비행기 안에서였다. 세모 치즈의 꾸리꾸리함은 네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했다. 좌석 주변 사람들은 그 꾸리꾸리함을 신의 발 냄새라고 칭송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 꾸리꾸리함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 그런데, 그 세모 치즈는 원래 동그라미 치즈였다. 큰 동그라미 치즈를 먹기 좋게 작은 세모로 나누어 줬던 거였다. 큰 동그라미 치즈는 출장지 동네 마트에서도 맘껏 살 수 있었다. 그 꾸리꾸리 한 동그라미 치즈가 '까망베르'였다. 


○ '까망베르'는 전북의 임실처럼 치즈가 생산되는 지명이다. 그런데 '까망베르' 명칭 사용을 두고 프랑스 안에서는 20년 넘는 오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저온 살균유인가 비살균 원유(raw milk)인가,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産 우유 100%인가 아닌가 가 발화점이었다. 

성심당 '블랙 까망베르' 빵은 겉바속쫀 그 자체이다. ' 빵 안에는 크리미 한 까망베르 크림치즈가 시간처럼 흐른다. 


○ 최종 평결이 최근에 내려졌는데, 2021년 1월부터는 30%만 노르망디産 우유를 사용하면 저온 살균유를 사용해도 '까망베르' 치즈 명칭 사용을 허락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그건 진짜 '까망베르'가 아니라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정체성 위기로 본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같은 엄혹한 상황에도 꺾지 못하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 오랜 자신들의 유산과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편지의 마지막 마무리 문장이 ‘자유, 평등, 까망베르’였다고 한다. 정말 프랑스 사람들답다.


△ 백신 관련 뉴스도 들리고, 잘되면 다시 안전한 외국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면 꼭 다시 에어프랑스를 이용하고 싶다. 그리고 까망베르에도 가보고 싶다. 빨리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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