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니,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했던 점심밥, 그 시간들이 가장 그립다.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는 탁 트인 창가 전망을 가진 이탈리아 식당이 하나 있다. 점심시간이면 늘 와글와글 북적북적였던 그 식당의 이름엔 영화 ‘냉정과 열정’의 촬영지가 들어있다. 영화 속의 연인 준세이와 아오이는 없지만, 식당에 갈 때면 환승지 공항에서 DVD로 수없이 돌려봤던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떠올랐었다.
메뉴는 보통 아주 간소한 파스타 세트지만 디저트가 있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이나 푸딩類를 곁들이는 정도였지만, 약간의 기분 좋은 격식(?)과 함께 넉넉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디저트를 위한 시간들이 그립다.
여행지 숙소에서의 디저트도 생각난다. 뷔페 스타일 아침의 디저트 존에는 여러 종류 달달 구리 케익이 있었고 그 옆엔 작은 슈크림 빵들도 있었다. 디카와 핸드폰의 사진들을 넘겨가며 커피와 먹던 그 슈크림빵과 거리의 카페에 서서 에스프레소와 한입 슈크림 페스트리으로 당 충전을 했던 그런 시간들도 그립다.
그런데, 그 슈(shu)가 원래 슈(choux)였다 한다. 'choux=양배추'.. ㅋ.
그 옛날 프랑스 어느 왕과 결혼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명문가의 딸을 위해 따라갔던 한 이탈리아 요리사가 프랑스에 전해준 빵 반죽 레시피가 훗날 살짝 주름진 빵 모양이 양배추(choux)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아이가 훗날 어찌어찌 일본으로 어찌어찌 다시 한국으로 전해지게 되어서 오늘의 '슈'(shu)가 된 것이다.
‘슈’가 달달 구리 크림을 말하는 건 줄 알고 평생을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ㅋ
슈(choux)면 어떻고 슈(shu)면 어떤가? 원조국 이탈리아와 준원조국 프랑스를 거쳐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 이른 ‘슈’는 이제 그냥 ‘슈’일 뿐이다. 그 ‘슈’는 밥상의 디저트나 입가심, 간식을 넘어 한국에서는 경쾌한 재즈나 K팝처럼 사람들의 기분을 업(up)시켜주는 유쾌한 소울푸드가 된 듯하다.
코로나 19로 집콕이 길어지니,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립다. 오늘은 그들에게 톡을 한번 보내봐야겠다. “쉘 위 ‘슈’?” 그러면, 일씹 하지 않고 바로 이런 답을 보내주면 좋겠다. “오키도키 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