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호 Feb 17. 2021

“천 마디 말보다 마카롱 한 박스!!”

파리는 드골공항 제2터미널 8번 출구, 대전은 대종로 480번 길 15

마카롱을 처음 만난 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파리 드골 공항에서였다. 그때는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직항 편이 주 3회뿐이어서 오가는 길에 한 번은 프랑크푸르트나 파리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환승객에게 공항은 생존을 위한 약간의 끼니 보충 장소이고 다양한 먹거리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파리 드골 공항의 귀국 편은 밤 9시경 출발인지라 기내식까지의 출출함과 지루함의 공백을 채워줄 공항 안 먹거리 탐색은 본능이고 필수 여정이다. 바케트 샌드위치와 크로와상 맛집 Paul 빵집을 주로 들렸는데, 늘 여기가 프랑스 영토가 맞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만족했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나면 안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파리에선 형형색색의 예쁜 마카롱이 그랬다. “아~ 정말 쪼그만 게 되게 비싸네.” 그런데, 사람들은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을 부담 없이 사용하듯 마카롱을 예쁜 박스에 담는다. ‘드골 공항 제2 터미널 8번 출구’. 아예 이렇게 좌표를 찍고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의 마카롱은 내게는 조금 과한 단맛이었다.


한참 뒤,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도 마카롱이 보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선 할랄 마카롱마저 보인다. 맛도 우리가 아는 초코, 딸기, 바닐라 같은 클래식 베이직에서 망고 같은 열대과일과 피나콜라다와 마가리타 같은 칵테일 맛까지 다양하다. 어느 나라에선 카레맛, 고추맛 마카롱까지 볼 수 있다. 모양도 시카고의 벽돌피자처럼 두꺼운 fat 마카롱도 등장했다. “아이스크림이나 피자도 아니고 참..ㅋ 근데, 이제는 맛있다. ㅋ “

#겉바속촉의 원조 마카롱은 쉘도 필링도  정교하고 세련되어야(exquisite) 한다. 나의 도시 대전 성심당의 10가지 맛 순수 마카롱이 그렇다.


예전엔 원조국 프랑스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귀한 몸 마카롱의 맛과 종류가 다양해지니 이전보다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이다. 국내외 맛집 여행에 #마카롱투어 #마카롱성지순례도 따라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고장 난 시계처럼 2019년 말에서 업데이트가 멈춰있지만, ‘론리 플래닛’이나 ‘트립 어드바이저’는 물론 국내 ‘마이 리얼 트립’에서도 ‘마카롱’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언젠가 다시 하늘 여행길이 열리고, 여러 나라의 공항에 가볼 수 있다면 그간의 새롭게 태어난 멋진 마카롱 신작 변주♪들을 챙겨봐야 할 듯하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 ♬.


“천 마디 말보다 마카롱 한 박스!!” 여행지에서 혼자 먹기 아까운 맛을 발견한다면, 에펠탑 모양 열쇠고리 대신 예쁜 박스에 현지 마카롱을 담아 귀국선물로 해도 좋을 듯싶다. 그런 마카롱 한 박스면 내가 본 그 나라, 그 도시의 이야기를 다 전할 수 있을 듯싶다.


작가의 이전글 ‘참깨’ 이즈 백(Bac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