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의 ‘쿠안(퀸) 아망’, 대전의 ‘작은 메아리’가 되다
“내 인생에 시간이 일주일만 남아있다면..”프랑스 유명 정치가 겸 작가인 앙드레 말로는 “그 시간을 ‘생말로’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생말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선호하는 프랑스의 유명 여행지중 하나로 프랑스 북서쪽에 브르타뉴 지역에 위치한다. 중세 시대 고성과 해변 그리고 석양이 유명하다. 그런 ‘생말로’도 식후경. 경치 맛집인 브르타뉴 지역은 맛있는 버터 산지로도 유명하다. 버터가 듬~~~뿍 들어간 빵 쿠안(퀸) 아망의 원조가 바로 브르타뉴 서쪽 끝 바닷가 소도시 두아르느네市다.
쿠안(kouign)은 브리오슈 같은 프랑스식 전통 빵을 아망(amann)은 브르타뉴에서 나는 버터를 뜻한다. 그런데 쿠안(퀸) 아망은 프랑스어가 아니고, 브레튼(Breton)語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등장하는 켈트 족이 사용하는 언어다. 어느 날 두아르느네市의 한 제빵사가 산지 버터(amann)를 듬~~뿍 넣은 새로운 황금비의 달콤 반죽으로 빵을 구워냈는데, 그게 훗날 브르타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 빵이 된 것이다.
교통과 여행이 발달하기 시작한 20세기 들어서 퀸 아망은 파리로 전해져 ‘프랑스의 빵’이 되었고, 지금은 글레이즈드 도넛처럼 전 세계 빵 덕후들이 커피와 함께 즐기는 당 충전 템이 되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 것이다.
내가 사는 대전에서는 퀸 아망을 대전의 생각으로 해석해 ‘작은 메아리’라는 변주♭로 만들었다. ‘작은 메아리’는 그 모양이 대전을 대표하는 빵 ‘튀김소보로’만큼 인기있는 ‘보문산 메아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문산 메아리’가 대전 원도심의 ‘보문산’을 닮았다면, ‘작은 메아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대전컨벤션센터(DCC) 옆의 나지막한 ‘우성이산’을 닮았다.
예전에 DCC에서 콘퍼런스가 열리면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메아리’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놓고 달콤한 수다를 즐겼다. 흔한 일상이고 풍경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런 일상이 다시 재개될 수도 있을 듯도 싶다. 혹시 빠르면 올 가을쯤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카페 야외 의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달콤 바삭한 ‘작은 메아리’와 넛티한 블랙탑 아메리카노를 다시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부디, 제발~”
“내 인생에 시간이 일주일만 남았다면, 나는 브르타뉴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 그곳의 퀸 아망도 먹어보고 싶다. 가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