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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호 Mar 31. 2021

Once? No No No, ManyMany!!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도록 하면 새로움이 만들어진다..'크로첼'도 그렇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아침 식탁에 순무 양배추 콜라비를 빼먹지 않았다. 콜라비는 12월부터 1월이 제철이고 긴 겨울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져주는 동절기 필수 웰빙 야채다. 


그런데, 콜라비란 이름은 콜(khol)이 양배추를 라비(rabi)가 무를 뜻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양배추와 무를 이종 교배한 하이브리드 채소인 것이다. 세상에 그냥 양배추와 무만 있었다면 먹거리 선택지가 조금 심심해 긴 겨울이 더 길게 느껴졌을 텐데, 누군가 콜라비 같은 새로운 맛을 만들어줘 고맙다. 


이종교배가 만드는 새로운 맛은 빵 분야에도 많다. 얼마 전 아파트 입구 동네 카페에 ‘크로플 판매 개시’라는 표지가 새로 붙었다. 크로플? 크로플은 이름 그대로 크루아상과 와플의 이종교배일 듯하다. 누군가 와플 기계로 그냥 장난 삼아 만들어본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탄탄한 탄생 족보를 가졌다. 


크로플(croffle)은 우리에게는 음악 영화 ‘원스(Once)’로 친숙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제빵사가 2017년도에 만든 이종교배 빵이다. 더블린하면 음악 지망생인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악기점 씬에서 함께 불렀던 ‘Falling slowly’란 OST가 떠오른다. 그런 더블린의 DNA가 크로플이란 새로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크루아상과 도넛의 이종교배도 있다. 크로넛(cronut)이다. 파리에서 내공을 연마한 뉴욕의 한 제빵사가 2013년도에 새로 만들어 낸 빵이다. 크루아상 반죽을 튀김소보로처럼 튀겨낸 도넛 빵이 크로넛이다. 

이미지 출처=타임지

크로넛이 나오자 뉴욕의 소호거리에는 긴 줄 서기 소동이 벌어졌고 타임지는 크로넛을 그해의 주요 창작·발명(invention)으로 선정했다. 


뉴욕의 크로넛 빵집은 일본에까지 진출해 핫한 먹거리 성지 도쿄 오모테 산테에 분점을 냈고, 우리나라 여행자들도 코로나 19 이전에는 빵지 순례와 인스타 맛집 순례를 위해 그집을 많이 방문했었다.    


크루아상 계열의 또 하나의 이종교배는 크로첼(crotzel)이다. 크로첼은 우리나라 대전이 원조다. 크로첼은 프레첼(매듭) 모양의 페스츄리로 오리지널 프레첼 같은 꽉 찬 밀도감 대신 바삭함과 촉촉함, #겉바속촉의 결정체다. 올리브의 감칠맛과 치즈와 버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은근하지만 깊은 풍미가 순삭형 중독성을 만든다. 뭐에든 다 찐~ 감사하다.

성심당이 만든 크로첼은 크루아상과 프레첼의 하이브리드이다.  아주 뜨거운 반응은 아니지는 않지만, 마니아층들이 단단하게 형성되는 분위기다. 겉바속촉에 찐 중독성 있는 맛이 이유다.


세상은 크루아상, 와플, 도넛, 프레첼이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각각의 장점을 이종 교배해 크로플, 크로넛, 크로첼이란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모든 새로움은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도록 해야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크로플이 더블린의 DNA로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에게 그런 DNA가 지금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더 필요하다. 


Once? No No No, Many 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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