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고, 다시 서며 배운 것들
시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구 밖에
똑딱똑딱 움직이는
거대한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전 세계인 모두가
'시간'이라는 게
'흐른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변하기 때문일까요
나무, 구름, 바람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
약해지는 부모님을 보며 느끼는 변화,
부모님의 그 쇠함을
이제는 내 몸으로도 이해하게 된
내 몸의 변화.
무언가 우리를 지나가고 있구나.
우리를 통과해서 흘러갔구나.
그것은 시간이었구나.
변화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겠죠.
누군가는 상처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배웠고,
누군가는 아직도 그 상처가 왜 아픈지 몰라 헤매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것을 놓아주는 법을 알게 되었고,
누군가는 끝내 붙잡은 손을 펴지 못했고,
누군가는 느려지는 걸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여전히 더 빨리 가야 한다고 자신을 재촉하고,
누군가는 오늘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졌고,
누군가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지나쳐 버렸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그 시간이 지나간 뒤
내게 무엇이 남았으면 좋을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며
변화에 예민한 사람이 되었어요.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는 언제 되려나.
오늘은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제는 정반응을 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오반응이 유난히 많네.
그렇게 스러지고
다시 서고,
다시 스러지고
다시 서고.
아이와 함께 스러지고
함께 다시 서는 시간을 보내며
저는 또 변했어요.
조급함은 느려졌고
말로 내뱉기보다 속으로 삼키는 문장이 늘었죠.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점점 의미를 잃었고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 사이에 생긴
아주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사람이 되었죠.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보다
그 시간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 시간은 모두에게 다르게 남았을 테니까요.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조용히 말해봅니다.
나는,
이렇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