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해야만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왕이면 모든걸 잘해내고 싶었다.
내가 공부를 했던 이유는 승부욕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과 함께 지내보니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3년 동안 내가 얻은 것은 '인생은 승부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이 세상 모두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인생을 승부로 생각한다면 아마 평생 패자로 살아야 할 것이다.
혹여나 승자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면 오만이겠지.
다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해라.'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솔직히 나는 그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건 내 자신이 아니라 남인데 어떻게 비교를 안 할 수 있지?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운동신경이 없다. 게다가 운동이라는 걸 거의 해보지 않아서 근육도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솔직히 처음 온 사람들보다 형편 없는 실력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못하는걸 남들이 볼까봐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다.
만약 내가 남과 비교했던 어린시절의 나라면 운동을 그만 두었을지도 모른다.
'소질도 없는 운동 따위! 잘하지 못할 거라면 그만 두겠어!'
그렇지만 지금의 남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
이제 와서 운동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남보다 잘하는게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운동 하기 전의 나보다 건강해지길 바래서이기 때문에,
이번주보다 다음주가 낫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강사님께도 당당히 말했다. 진도를 안나가도 좋으니 천천히 기다려달라고.
모든 부분에서 승자가 되려고 했던 지난 날과
내가 잘하고 싶은 부분과 아닌 부분을 명확히 구분한 지금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수록 삶은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래서 모든 부분에서 승자가 되려고 한다면 매 순간에 긴장하고,
남을 경계하고 혹시 패배하진 않을지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잘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내려놓은 압박감은 오히려 잘하고 싶은 부분에서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나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완벽'이라는 단어에 갇혀 마치 모든 부분에서 내가 남을 이기지 않으면 패자가 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승자가 되어야 존재의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태어난 것만으로도 존재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