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뉴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학과의 교수님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명예퇴직하셨습니다. 지난 퇴임예배에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명예퇴직을 합니다.” 네 분의 교수님께서 퇴직을 하는 자리, 정년퇴직 하는 세 분 교수님과는 달리 정년을 3년 앞두고 돌연 퇴직을 결정하셨습니다. 1991년 겸임교수로 학교에 부임한 이후, 1998년부터 전임교수로 근무하며 2020년 1학기 퇴직하기까지 30년을 몸담은 학교에서 그녀의 퇴직은 긴 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무리하는 자리를 홀로 고민하고 조용히 매듭짓고자 하는 마음이야 당연하겠으나, 학기 초 열정적으로 학과의 여러 일들을 맡고 대학의 중요한 자리에 위원으로 추천을 허락했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다소 무리가 있는 퇴직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4월 학과의 교수 몇 명은 학교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세 명의 교수 중 두 명은 교원소청위원회를 통해 소청을 제기한 상황이고, 다른 한 명은 명예퇴직을 결정했습니다. 실은 긴 글을 썼다 모두 지웠습니다. 아직도 여러 마음이 갈팡질팡합니다. 근 2년을 시달린 일의 마무리가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쓴 교수들에 대한 학교의 경고장 발부였고, 그렇게 슬쩍 내민 발에 걸려 넘어져 다시 일어날 마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깨져버린 것이겠습니다.
“제가 지키고자 한 것이 명예인지 불명예인지 불확실합니다. 오늘 우리가 대면하는 것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불확실합니다.”
너무나 많은 말들이 난무했습니다. 지난 2년의 시간들은 개인에겐 고통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루머와 그 루머로 손쉽게 단죄하는 이들의 모멸은 지나치게 날카로웠습니다. 아마도 걱정이었거나 나름대로의 정의였을 거라 생각을 합니다. 걱정과 나름대로의 정의는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테니 그것이 기껏 루머의 시발점이고 그 루머를 옮겨대는 입이었을 뿐이란 것을 알지 못했겠지요.
명예를 지키고자 명예퇴직을 결정하였으나,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인 선량함을 가장한 입을 통해 어쩌면 그것도 불명예로 뒤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체념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이 옮기는 것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불확실한 것 아니냐는 외침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용하고 단정한 퇴임사였으나 그 말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은 절망과 분노가 지난 2년의 시간으로 들려 왔습니다.
박준 시인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더 울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그의 산문집을 통해 건넸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울음이라도 울지 않는다면 어떻게 한 개인에게 행해지는 모멸과 부당의 시간을 건널 수 있을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저작권자 © 안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