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뉴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연수에서 행복의 전제 조건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탄력성, 긍정적 마인드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안정된 직장, 매달 들어오는 급여란 말을 했습니다. 웃으며 가볍게 넘어갔지만 궁서체의 진지한 답변이었습니다.
강사가 제시한 연구 결과에서는 유전 50%, 자존과 같은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 40%, 환경 10%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안정된 직장, 매달 들어오는 급여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10%에 그치는 셈입니다.
이런 통계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결국 빤하게 예측 가능합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고 결국 행복이나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역량에 달려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라도 개인의 힘에 따라 행과 불행은 온전히 한 개인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이 돼 보니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비정규직 교수의 재임용에 대한 평가입니다.
평가 항목에는 ‘관계’, ‘자세’와 같은 정성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계가 한 개인의 일방적 태도일리 없고, 관리자의 전제 조건에 윤리적 자세나 태도가 포함되지도 않는다면 이러한 평가는 꽤 비합리적입니다.
조직의 불합리나 부당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런 구성원을 조직이 불편해 한다면 그의 자세나 관계는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가 남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직의 불합리나 부당은 드러나 더 나은 방식으로 사유 될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당신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신과 내가 그러하듯 자신의 맡은 일에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임한 그가 재임용 여부를 걱정합니다.
우연하게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당신처럼 우연하게 정규직으로 입사한 내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번에 따른 관리자가 되어 당신을 평가합니다. 내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당신이 그 순간, 그 날 밤 편안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자존과 같은 개인의 역량도 실은 환경의 결과입니다. 주변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존엄을 지켜 내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한 입지에서 온갖 구박을 견뎌내며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눈길을 끈 건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0.001% 극소수 캔디가 평범한 다수가 향해야 할 기준이 될 순 없습니다.
‘행복’이란 추상적 단어가 실존하는 것인지, 안정된 고용이란 하나의 요소로 단순하게 병치시킬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자기계발 단골메뉴로 ‘행복’이 키워드가 되고, ‘구조’는 논외면서 행복의 열쇠로 ‘자기’가 제시되는 상황이 일상적이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안정한 오늘, 김승섭 교수의 말처럼 ‘아프다’ 말하는 것도 권력이, 그러니까 한 존재가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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