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수요광장
그동안 유아교육정책은 영유아의 입장에서 온전히 논의되지 못했다. 노동자의 근로를 최우선하는 기업의 입장이나 육아와 가사로부터 여성을 해방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적 관점에 더욱 치중되었거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민간과 가정 등 기관의 설립유형에 따른 입장 차이에 중점을 두며 정책이 결정되고 실행되었다.
유치원은 3~5세 유아가 이용하지만 어린이집 영아반은 생후 100일부터 입소가 가능하다. 야간 근무, 한부모 및 조손가정을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주 6일까지 아동을 기관에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녀를 가정 양육하는 경우 지원되는 가정양육수당은 연령에 따라 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기관이용 지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어린 영유아를 단체로 운송하는 통학버스는 매년 크고 작은 영유아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 CCTV 설치로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처벌은 할 수 있을지언정 예방을 위한 적극적 대처는 되지 않고 있다. 생후 100일 된 영아가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는 부모 대신 낯선 환경에서 다른 영아와 교사를 나누는 것이 괜찮은지, 다른 아이들은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며칠을 어린이집에서 자고 먹으며 부모를 보지 못하는 것이 어떤 마음일지, 짧은 시간이라도 오가는 동안 온전히 자신과 함께 동행하는 어른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지, 좁은 교실에서 지나치게 많은 유아들과 공간과 사물을 나누어 쓰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유아교육 정책은 유아에게는 묻지 않는다.
시설, 교육과정, 급식, 장애아를 위한 특수교육, 교사 복리후생 등 여러 분야에서 유치원이 어린이집보다,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민간어린이집이 가정어린이집보다 더 많은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동일한 영유아라도 어느 기관을 다니느냐에 따라 지원의 내용과 범주가 다르다는 의미이다. 교육부 소속 유치원인가 보건복지부 소속 어린이집인가, 운영주체가 국가인가 민간인가에 따라 최선의 환경 속에서 교육받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거나가 결정된다. 영유아가 어느 유치원 어느 어린이집을 다니든지,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으며 우수한 교사에게 교육받도록 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유아교육정책이 과연 영유아의 안녕과 복지를 기본으로 한 정책인가 반문할 수밖에 없다.
영유아 각자가 처한 상황 관계없이
유아위한 교육은 공공성 강화 통해
건강한 성장과 발달 도모하는 것이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덕목돼야
차기정부의 실행 마중물 되길 희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작년부터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계의 중요한 이슈가 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체제를 일원화하여 운영해야 한다는 논의는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공론화되었음에도 26년간 지지부진한 이유는 유보통합의 당위에 영유아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과 발달이 최우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는, 그로 인해 다니는 기관에 따라 영유아가 받게 되는 차별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힘겨루기,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부의 장기적 비전 실패, 국공립유치원에 준하는 예산 지원은 요구하면서도 관리 감독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자 하는 일부 사립의 이기주의, 그리고 현상을 명확한 언어로 분석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방기한 학계 등 유아교육을 둘러싼 성인의 세계가 함께 빚은 결과이다.
성인의 입장 차에 따라 더 이상 유보통합을 미룰 수는 없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가, 어떤 기관을 다닐 수 있는가 등 각각의 영유아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유아를 위한 교육은 공공성 강화를 통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것이 유보통합과 유아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와 여성의 복지, 사립 기관의 상생 및 교사 자격 과정의 통합을 위한 구체적 대안, 보건복지부와 사회서비스원으로 나뉘어 있는 보육업무의 점차적 이관 등은 유보통합의 밖이 아닌 교육부로의 유보통합 안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의 출발선 평등을 위한 시작점이고,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은 유아교육정책의 최우선에 영유아를 놓겠다는 선언이다. 차기 정부의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은 이 선언을 실행하는 마중물이 되길 강력히 희망하고 촉구한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