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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20. 2018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깁시다.

전문가(Professional)
무슨 일에 굉장히 정통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췄다고 사회에서 여겨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전문가는 그 분야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서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 나무 위키 발췌-


이사 갈 집 안방 벽지가 오래됐다. 안방만 도배를 꽤 오래 안 했는지 더럽다. 거실 벽지는 비싼 실크벽지여서 지저분해 보였지만 닦으니 깨끗하다. (놀랐다. 나 그렇게 비싼 실크벽지 처음 본거야?) 다른 곳은 깨끗하다.


결론은 안방만 도배를 하자. 그리고 너무 더러우면 다른 곳도 해보자였다.

안방 하나 도배하는데 굳이 비싼 도배 전문가를 불러야겠냐 생각했다. 그리고 방하나 도배하러 올 사람이 없다. 그럼 결국 집 전체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말자가 결론이었다.  신혼집 꾸밀 때처럼 둘이서 해결해 보자 나섰다. (입주청소 및 페인트칠을 했었다. 도배장판은 맡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 하나 도배하는데 뭐가 그렇게 어렵겠느냐, 해보고 벽지가 남으면 다른 곳도 해버릴까? 호기롭게 출발했다.


아직은 낯선 동네에서 도배지와 풀을 산다. '전문가' 아저씨는 외출 중이다. 큰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앉아 TV 보며 사과를 먹던 사모님풍의 아줌마를 만났다.

"난 잘 몰라 몰라. 사이즈 그런 거 머리 아파. 잠시만요."

아저씨에게 전화로 방 사이즈를 말하고 도배지를 챙겨준다.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하는 아줌마 말이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도배지 5롤을 들고 하다 보면 해결되겠지 싶어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풀 먹여 두고 30분에 후에 바르세요." 했던 아줌마 말대로 하기 위해 풀을 먹여뒀다. 10분 후에 보니 벽지가 다 말랐다. "..." 다시 풀질. 아줌마가 말한 "흰색밖에 없는데 괜찮아요?"라는 질문을 이해 못했다. 무늬가 들어가 있어 "깔끔하네요." 하며 가져왔는데 한쪽 면을 발라보니 완전 병동이었다. 헛웃음.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사람의 대화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미 벽지를 다 뜯어 놓은 상태라 뭐라도 붙이긴 해야 하니까. 벽지를 바꿔올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옷방으로 사용할 테니 벽지 볼일 없다고 우리를 다독였다.


두 번째 면은 울기 시작한다. 몰랐다. 첫 번째 벽지가 말라서 풀을 묽게 해봤는데, 실수였다. 거의 끝나갈 때쯤 걸쭉해진 풀을 붙인 벽지가 울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이전에 붙인 것을 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울퉁불퉁해져 있는 벽지를 보며 한참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안방 도배를 마쳤다. 천장까지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은 도배지 환불하러 가는 남편 발걸음이 왠지 급해 보였다. 내가 천장도 하자고 말할까 봐 지레 겁먹고 도망가듯 뛰어갔다. 하하하!


그리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깁시다.

우리는 이제 입주청소와 페인트 칠을 호기롭게 했던 시절에 비해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한 면을 붙이고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을 느끼며 겨우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목이야.' 입에서 절로 나왔다. 그러니 체력이 필요한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 전문가에게 의지하시죠. 괜히 서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믿고 맡기자고요."


불과 며칠 전 미팅에서 누구 입으로 한 말이던가?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함을 깨달았다. 나도 내 일을 누군가 호기롭게 시작해 보겠다고 하면 '그래. 해보면 알지.'하고 생각한다.


도배지를 환불하러 가자 아줌마가 말했다. "다들 자기들이 해보겠다고 사가요. 그러다 중간에 와서 도배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까요. 그게 쉬운 게 아니에요." 아줌마가 한 말 중 가장 신뢰가 가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일을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모두 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겠는가.


다시 한번, 나의 ‘자만’에 반성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고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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