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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May 31. 2018

모든 사람들의 부탁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정중하고 단호한 거절

내가 아는 최고의 ‘예스맨’이 있다. 예스맨은 자기 일을 하면서 부탁받은 다른 사람일까지 하느라 매일 야근을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의 부탁도 거절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예스맨은 매일이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사람처럼 바쁘고 정신없어 보인다.


매일 야근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근무까지 일을 해야 했던 예스맨은 여자 친구와 자주 다툰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퇴근 시간이 지나 여자 친구가 회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헐레벌떡 뛰어나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본 적 있다. 부탁받은 다른 사람의 업무도, 데이트 하자는 여자 친구의 제안도 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찾아오는 시간이 저녁시간에서 점심시간으로 바뀌더니 프로젝트가 끝나갈 즘 혼자가 되었다.


예스맨은 상대방을 위한 친절한 배려가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사람'은 무조건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스맨은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해낼 자신도 없는 일을 받아들이고 정작 자신의 생활 리듬은 모두 깨져버리고 말았다.  


부탁받은 일이 힘겨워 지치는 상황이 닥치면 ‘저 사람이 부탁만 하지 않았어도’하고 상대를 원망하거나 ‘내가 이 부탁을 안 받았어야 하는데’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거절을 하면 ‘들어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하며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절을 하고 느끼는 불편한 마음은 거절하지 않아서 느끼는 감정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겨운 일이라면 거절해야 한다. 부탁을 들어주고 자신의 일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지, 부탁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지 않는 일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부탁받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들어도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기꺼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 줄 수 있어야 문제가 없다.         


나 역시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거절했을 때 나의 마음은 두 가지였다.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것과 ‘우리가 이 정도 사이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상대가 생각할 마음을 걱정해서였다. 언젠가부터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한 순간 관계를 끝내 버리는 나를 발견했다.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나는 반복되는 부탁이 힘겨워 불편한 사람은 차라리 관계를 정리하자 마음먹은 것이다.     

     

어느 주말, 남편의 전화를 듣게 되었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니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주중에 연락 주시면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해드리겠습니다.”

평온하게 전하고 있었다. 언제나 하고 싶었던 ‘정중하고 단호한 거절’이었다. 화를 내거나 원망의 말을 쏟아낼 것 같지만 걱정하는 만큼 상대는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는다. 상대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급한 일이니 월요일 아침에 빠르게 처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라는 인사를 남겼다.  

         

남편의 주말 통화를 들은 이후, 불편한 부탁은 거절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거절하는 태도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중하고 단호한 거절’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대에 대한 미운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거나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을 의심하는 일도 없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올라간 느낌이다.          

<쿨하게 사과하라> 저자인 더랩 에이치 커뮤니케이션 김호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책을 펴내고 강연을 하러 갔는데 주최 측에서 ‘부정 커뮤니케이션, 거절!’이라는 제목의 플래카드를 붙여 놨더라고요. 강연 시작부터 이야기했어요. 거절은 부정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요”           

거절은 부정적인 대화도, 상대를 거부하는 대화도 아니다. 거절하지 못하면 남의 부탁은 들어주었지만 마음 불편한 자신의 감정을 거부한, ‘자신에게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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