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우리 집'이던 그곳이
떠나고 나니 '엄마 집'이 되었다.
몇십 년 전,
동네에서 가장 화려했던 기와집은
동네에서 가장 오래되고 낡은 집이 되었다.
마루에 앉아 앞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를 보며
“엄마 감나무 너무 이쁘다”
말하니,
"가지를 쳐 놓으니 이쁘네."
대답하신다.
오래되고 낡은 엄마 집 보다
더 오래된 감나무.
나는 여전히
오래된 것이 주는 불편함보다
오래된 것이 주는 아련함을 사랑한다.
우리 집이었던,
낡고 흙 냄새나는 엄마 집이 좋고
오래되어 자기 멋대로 가지를 뻗어내는
감나무의 이발 친 모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