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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n 07. 2018

마음속 ‘빙봉(Bing Bong)’을 꺼내보는 시간

아주 오래전 방송작가를 했던 지인이 있다. 왜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작가의 삶을 떠났느냐 물었더니 마음속 깊이 담아 둔 '내면의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 너무 힘겨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듣고 흘린 그 말이 글쓰기를 하면서 이해가 됐다.


나 역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마음속 나를 들여다보게 되고, 내면의 감정과도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기분이 들어 지인과 잠시 '내면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어른들이 더 열광했던 영화. 심리적 배경은 어른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도 충분했다. 나 역시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감동했고 또 봐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Bing Bong)은 솜사탕의 몸과 코끼리의 얼굴, 그리고 사탕 눈물을 흘린다. 어린 시절 늘 함께하며 라일리의 마음을 달래준 친구다. 그런  빙봉(Bing Bong)이 기억의 심연에서 기쁨(Joy)이를 탈출시키며 사라지는 장면은 주인공 라일리가 마음속 친구를 잊고 현실을 살아가게 됨을 말해준다.

-  기억의 심연에서 탈출 시도하는 빙봉이와 기쁨이 -

누군가 왜 이제야 글쓰기를 하느냐 물었을 때 "사느라 바빴잖아."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린이였던 어른'은 마음속 친구와 만나는 시간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으며 살게 된다. 나 역시 마음속 깊은 곳의 친구 빙봉(Bing Bong)이를 잊고 현실을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살아왔을 나에게 글쓰기는 마음과 대화하는 시간, 어쩌면 마음속 ‘빙봉(Bing Bong)’을 꺼내보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지게 된 나의 자아,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의 산, 그런 것들이 지금 내가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빙봉(Bing Bong)일 테니까.


그래서 글 쓰는 이 시간이 행복하고, 평온하고, 짜릿하며 즐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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