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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대로 쩡 Jun 28. 2018

내게 이 시간은 '왜'라는 이유가 없다.

친구가 물었다.


글을 쓰는 최종 목적이 뭐냐? 그냥 즐거워서? 돈을 벌기 위해? 커리어를 후순위로 미뤄가면서까지 왜 글 쓰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냐고...


초등학생이 되면서 쓰기 시작한 '숙제 일기'가 '자유 일기'가 되었고 그것은 내게 일상이었다. 일기장에 손으로 쓰던 짧은 일기가 컴퓨터로 쓰는 긴 일기가 된 것뿐 내게 글을 쓰는 일은 낯선 것이 아니다. 물론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목적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목적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목적이 이뤄지지 않아도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를 수십 가지는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어느 아침, 남편이 일어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새벽같이 일어나 저러고 앉아 있겠느냐며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이 시간은 내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잠들기 전 하루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내일을 다짐하는 시간과 같이 책 읽고 글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만의 루틴이라고 볼 수 있다. 배분된 루틴의 시간이 다른 것보다 좀 더 길어진 것뿐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업무를 할 때 '행복하다'라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다. 한참 일에 재미를 느낄 때는 힘들지만 회사 가는 것이 좋았고, 밤을 새우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젊었고, 세상의 중심에 서서 일하고 있는 착각(?)을 했으니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다. 그만큼의 보상도 따랐다. 


삶의 가치를 돈에 두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두기로 결심하고 나니 행복한 일을 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 배분이 달라졌다. 


친구가 말한 '돈'을 벌 수 있는 커리어를 '왜' 버리고 사느냐는 질문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예전처럼 오롯이 내 온 정신을 집중해서 그것을 지켜내야 할 만큼 소중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가장 잘 하는 일이고 희열을 느낄 만큼 좋아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 행복한 일을 찾았으니 그것을 하며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왜'라는 이유가 없는 일이 있다. 밥을 '왜' 먹느냐, 잠을 '왜' 자느냐, 방귀를 '왜' 뀌느냐,

내게 이 시간은 '왜'라는 이유가 없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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